대타로 국대 선발 뒤 ‘세계 최고’된 박지원의 인생 역전

입력 2020-02-17 17:11
박지원이 17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2019-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최종 6차 대회 남자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박지원(24·성남시청)이 올 시즌 월드컵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치열한 경쟁에 밀려 그동안 빛나지 않았던 박지원은 침착하게 칼을 갈며 자신의 시간을 기다렸고, 결국 꽃을 피웠다.

박지원은 17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2019-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최종 6차 대회 남자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1분29초402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전날 1500m에 이어 1000m도 우승한 박지원은 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박지원의 기세는 올 시즌 내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종합 2위에 오르며 당당히 대표팀에 합류한 박지원은 총 6번의 월드컵 대회에서 개인전 7개의 금메달(1500m 4개, 1000m 3개)을 따냈다. 연이은 활약에 1000m와 1500m 랭킹 1위에 오른 박지원은 종합 랭킹에서도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지원은 주목받던 선수가 아니다. 단국대 재학 중이던 2015-2016 시즌 월드컵 종합 랭킹 8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이후 양궁 대표팀처럼 월드 랭커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국가대표 선발전의 벽을 뚫지 못하며 잊혔다.

지난해부터 성남시청에서 박지원을 지도한 손세원 감독은 “대학 시절 지원이는 가능성은 있었지만 기술·멘털 측면에서 미완의 선수였다”며 “열심히 연습해도 바늘구멍인 대표 선발전을 뚫지 못해 ‘이대로 선수 생활이 끝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며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런 박지원은 지난 2018-2019 시즌을 치르며 반등했다. 곽윤기가 시즌을 치르지 않기로 함에 따라 차순위인 박지원이 기회를 얻었다. 김건우의 자격 정지로 세계선수권 출전 기회도 얻었다. 오랜만에 온 ‘감사한’ 기회를 박지원은 놓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들이 인정할 정도의 성실한 자세로 스펀지처럼 기술을 익히며 월드컵 1000m 1위, 종합 랭킹 3위로 시즌을 마쳤다. 특히 순위가 높은 국내 선수들이 선택하지 않는 500m 경기에 나서며 스퍼트 능력을 보강했다.

손 감독은 “원래 장점이었던 인코스·아웃코스 판단에 이제는 스퍼트 능력과 최고 속도로 레이스를 끌고 가는 스피드 지구력까지 개선됐다”며 “안쓰러울 정도로 죽기 살기로 훈련했던 지원이를 생각하면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승 무드를 타고 있는 박지원은 18일 귀국 후 바로 101회 동계체전에 나선다. 이어 3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한다. 지난 5차 대회 직후 ISU에 “내가 1000m와 1500m에서 가장 강하단 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힌 박지원이 세계선수권까지 제패한다면 ‘최강자’로 우뚝 설 수 있을 전망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