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정권이 잇따른 악재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은 물론, 지역 사회 감염 확산으로 정부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5분기 만에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하락하며 악재가 겹쳤고,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위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각종 행사도 취소·축소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4~1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52%로 ‘평가한다’(36%)보다 높았다고 17일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국내 감염자가 13일 처음 사망한 것 외에 새로운 감염자가 잇따라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베 정권 지지율도 지난달 조사 대비 5% 포인트 하락한 47%였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4% 포인트 오른 41%였다. 교도통신이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정권 지지율이 41%로 전월 대비 8.3% 포인트 급락했다. 지지율 하락은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 외에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벚꽃 스캔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제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일본 내각부는 이날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질 GDP이 전분기 대비 1.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분기별 실질 GDP가 감소한 것은 5분기(1년 3개월) 만으로, 지난해 10월 단행한 소비세 인상의 영향이 컸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해 연율로 계산하면 6.3% 감소한다.
코로나19 여파가 반영되지 않아 올해 1분기는 더 악화될 수 있다. 산케이신문은 “소비세 인상 여파가 희미해져가던 중 코로나19가 찬물을 끼얹었다”며 “국내(일본)에 사망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19가 확대돼 정부 내에서는 1~3분기에도 큰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산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일본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7일 오후 4시 현재 전날보다 2명 늘어난 416명이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격리 정박됐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파견된 후생노동성 50대 남성 직원 1명,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 소재 병원의 40대 여성 간호사 1명이 추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후생성 직원은 지난 11일부터 선내에서 정보수집 및 본부와의 연락 업무 등을 담당했지만, 환자와 2m 이상 떨어져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40대 간호사는 일본 내 첫 코로나19 사망자인 80대 여성을 간호했다.
각종 행사도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일본 궁내청은 오는 23일로 예정된 나루히토 일왕의 생일맞이 국민 초대 행사를 취소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 행사가 취소된 것은 1996년 주 페루 일본대사관 인질 사건 이후 24년 만이다.
내달 1일 예정된 도쿄 마라톤은 규모를 대폭 축소한다. 당초 주최 측과 도쿄도는 고령자의 참가 인원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관객이 밀집해 감염 위험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일반인 참가를 전면 취소하는 것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 대회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리스크를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쿄 마라톤은 일본 최대 규모의 마라톤대회로 이번에는 약 3만8000명이 신청했다.
한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했던 미국인 300여명을 태운 전세기 두 대는 일본 시간으로 이날 오전 7시30분쯤 도쿄 하네다공항을 이륙해 미국으로 향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