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의 미래통합당(옛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과 4선의 유기준 의원이 17일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두 사람 모두 당내 대표적인 친박근혜계 인사다. 앞서 주말에는 비박계인 3선의 김성태 의원과 재선의 박인숙 의원이 총선 불출마 뜻을 밝혔다. 중도·보수 진영의 통합 신당인 미래통합당 출범일에 맞춰 중진급 인사들의 용퇴가 이어지면서 총선을 겨냥한 당의 인적 쇄신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울산 중구를 지역구로 둔 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은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망해가는 나라를 바로잡는 중차대한 선거라는 점에서 제가 마음을 내려놓는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19대 국회에서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 의원은 친박계 핵심으로 꼽힌다. 그는 “여러분의 한 표가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다”며 “그 과업을 향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에 앞서 유 의원도 현 지역구인 부산 서구·동구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신진 영입을 위한 세대교체에 숨통을 터주고 물꼬를 열어주는 데 제 자신을 던지고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밀알이 되겠다”며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박근혜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유 의원 역시 친박계다. 유 의원은 불출마 선언 말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김성태 의원을 시작으로 3일새 의원 4명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미래통합당의 현역 불출마자는 17명으로 늘었다. 3선 이상 중진은 9명이다. 18명이 불출마한 더불어민주당과 엇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우 총리와 장관으로 입각한 인사들을 제외한 실질적인 3선 이상 불출마자는 이해찬·원혜영·강창일·백재현 의원 등 4명뿐이다.
당내에서는 깜짝 불출마가 잇따른 배경에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불출마를 결심한 네 사람 모두 그간 출마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 왔던 터라 공관위 차원의 물밑 조율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정이다. 실제로 김성태 의원과 박인숙 의원은 당 공관위 면접까지 치른 후에 불출마 선언을 했다. 당 주변에선 공관위원들이 불출마자들과 접촉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부 의원들은 그래도 총선에 나설 줄 알았다”며 “김형오 위원장이 공천 물갈이를 위한 칼을 빼든 것 같다. 앞으로 불출마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