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비서를 탑재해 음성으로 작동시키는 ‘스마트 스피커’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미국,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이달 중 ‘갤럭시 홈 미니’를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 전망이다.
17일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스마트 스피커는 1억4690만대로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업계 1위’ 아마존 알렉사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26.2%로 선두를 지켰다. 이어 구글 어시스턴트가 20.3%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4~5년 전 AI 스피커 시장을 연 미국 업체들이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이들의 점유율은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전년도 아마존 점유율은 33.7%, 구글은 25.9%였다. 두 업체 모두 1년 만에 시장 점유율이 5% 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반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샤오미 등의 점유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며 3~5위를 차지했다. 스마트 스피커가 가정 내 필수 가전제품으로 떠오르면서 이 시장을 둘러싼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도 이달 안에 ‘갤럭시 홈 미니’를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든다. 삼성의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만큼 갤럭시 홈 미니가 ‘삼성 IoT(사물인터넷)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AI 스피커를 공개한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2018년 AI 스피커 ‘갤럭시 홈’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에는 크기가 20㎝로 경쟁사 제품에 비해 크고, 빅스비 플랫폼의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판단 등에 따라 정식 출시되지는 않았다.
삼성전자와 이동통신 3사는 오는 26일까지 진행되는 갤럭시 S20 시리즈 사전 구매 혜택 중 하나로 갤럭시 홈 미니를 제공하고 있다. 후발주자로서 국내 시장에서부터 AI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갤럭시 홈 미니가 경쟁제품들과 비교해 차별화되는 포인트는 ‘강력한 연결성’이다. 갤럭시 홈 미니는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이 아니어도 적외선 리모컨으로 구동 가능한 모든 제품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10년 전에 출시된 선풍기도 리모컨 기능만 있다면 AI 스피커로 작동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호환성과 편리성을 무기로 국내 AI 스피커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