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활용 한국 ‘코로나19’ 대응에 국민 지지…사생활 침해 우려도

입력 2020-02-17 15:42
월스트리트저널 보도…한국, 신용카드 정보 등 빅데이터 활용
입수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대목
5년 전, 더뎠던 ‘메르스 사태’ 대처에 대한 국가적 판단
사생활 침해 논란에다 “빅테이터 효용성 입증 안돼” 반론도


인천국제공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처 방법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이 걸려 있다. AP뉴시스

빅데이터를 활용한 한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조치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한국 보건당국이 신용카드 기록, CCTV 화면, 휴대전화 위치확인 서비스, 대중 교통카드, 출입국 기록 등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나 감염 우려자들에 대한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확진자들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한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발생지인 중국은 통신회사가 제공한 데이타, 철도·항공 기록을 활용하고 있다. 홍콩은 전자 손목밴드를 활용해 가정에 격리된 사람들을 확인하고 있다. 대만은 휴대전화 신호를 통해 격리자들의 상태를 파악한다. WSJ은 일부 국가에서는 확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WSJ은 특히 한국은 보건당국이 입수된 정보들을 대중에 제공하는 것이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시민적 자유와 공중 보건 요구 사이의 조화를 고민하면서 정보 공개를 채택하지 않지 않고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WSJ의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WSJ은 중국·홍콩·마카오에서 온 여행객들은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선 반드시 휴대전화 번호를 제공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또 여행객들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매일 알리기 위해 한국 정부의 모바일 앱을 깔아야 한다고 전했다. WSJ은 만약 이틀 연속 건강 상태를 보고하지 않으면 한국 정부는 여행객들에게 전화를 하고 최종적으로는 그들의 행방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WSJ은 한국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또 국민들이 지지하는 이유는 5년 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당시 더뎠던 대처에 대한 국가적 판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한국 보건복지부가 펴낸 백서는 정부가 메르스 초기 국면에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 한국 정부의 메르스 대응에 반론도 있다. WSJ은 “한국의 대응 방식은 많은 서구 국가에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 외에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방식의 유용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고위 당국자인 아브디 마하무드도 “빅데이터 이용이 질병의 조기 발견과 확산 대응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분야이며 정보 해석에 조심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미국 밴더빌트대학의 전염병 전문가 윌리엄 섀프너는 “추적 사례에 21세기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공중보건에 흥미로운 일”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