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등 재생에너지 구매계약 2년 만에 3배↑…국내는 아직 감감

입력 2020-02-17 15:10
풍력을 이용한 발전 시설.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이지만 바람의 세기 등 자연 조건 영향으로 안정적 에너지 생산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계약이 2년 만에 3배로 급증하는 등 친환경 경영이 확산 추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제도 미비 등으로 아직 감감한 상태다.

1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최근 ‘기업 에너지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이 전력구매계약(PPA)으로 구매한 재생에너지 규모가 19.5기가와트(GW)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5.9GW 증가한 사상 최고치로 2017년의 5.4GW와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급증한 규모다.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구매계약 규모는 2015년 4.6GW를 기록한 후 2016년 4.2GW로 주춤했지만, 2017년에 처음으로 5GW를 넘어선 이후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구온난화 등을 박기 위해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재생에너지 활용에 대한 여론이 강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PPA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개별 계약을 맺고 전기를 공급받는 제도로 최근 계약 규모가 급증하는 이유는 투자자들의 ‘탈(脫)탄소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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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구글과 페이스북 등 북미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PPA 계약 규모를 지역별로 보면 북미·중남미가 15.7GW로 가장 많았으며 유럽·중동·아프리카(2.6GW), 아시아·태평양(1.2GW) 순이었다.

기업별로는 구글이 2.7GW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구매한 기업으로 기록됐으며 페이스북(1.1GW), 아마존(0.9GW), 마이크로소프트(0.8GW) 등의 순이었다. 이들 4개사의 계약 규모(5.5GW)는 전 세계 계약 규모의 약 30%를 차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 100%를 대체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도 확산세다. 지난해까지 RE100에 참여한 기업은 221개사이며 이들 기업의 2018년 전력 사용량은 총 233테라와트시(TWh)였다. 현재 RE100 캠페인에는 애플과 구글, BMW, 코카콜라 등 유수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 가운데 참여를 공식 선언한 사례는 없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현재 전기에너지 사업이 민영화되지 않아 제도적으로 RE100에 참여할 길이 막혀 있다. 또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중요한데 재생에너지는 자연 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제도적 장벽이 허물어진다고 하더라도 실제 기업들이 얼마나 거기 참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국내 PPA 제도는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자와 한국전력 간의 계약은 가능하지만, 발전사업자와 기업 간의 계약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한전을 통해서만 전력 구매가 가능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RE100 이행 방안으로 한전에 추가 비용을 지급하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구매하는 ‘녹색요금제’ 등을 도입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가 녹색요금제가 아닌 기업PPA 도입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제조업체 관계자는 “장치산업의 경우 안정적 전기 공급과 품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재생 에너지를 쓰는 데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애플과 같은 고객사로부터 RE100 참여를 요구받을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