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특보가 내려진 전남 순천~전북 완주 간 고속도로 터널 2곳에서 연쇄 다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
17일 낮 12시 25분쯤 전북 남원시 대산면 순천완주고속도로 사매 2터널에서 탱크로리와 화물차 등 20여대가 연쇄 충돌했다. 인접한 1터널 내에서 승용차 등 차량 5~6대가 앞차를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2터널 내부 100m 지점에서 전복된 탱크로리에는 공기중에 노출되면 수분을 빨아들여 열을 발산하면서 녹는 수산화나트륨(NaOH)이 다량 실려 있었다. 수산화나트륨은 흡입할 경우 호흡곤란 등을 유발하는 유독성 물질로 아황산가스 중화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1명이 불에 타 숨진 것을 포함해 2명이 사망하고 37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3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상자 1명은 생명이 위독하다.
또 탱크로리에서 발화된 불이 화물차 등 다른 차량으로 옮겨붙으면서 다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해 터널 진입이 전면 통제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추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차량 43대와 인력 125명을 투입해 인명구조 등 현장수습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전복된 탱크로리에서 유독가스와 함께 한동안 화염이 분출돼 어려움을 겪었다. 사매1터널과 2터널은 수백m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잇단 터널 사고로 8.8㎝의 눈이 내린 순천완주고속도로 일대는 극심한 차량 정체를 빚었다.
경찰은 사상자들이 탱크로리에서 유출된 수산화나트륨을 직접 흡입한 것인지 아니면 발화로 인해 생긴 유독가스를 마신 것인지 여부는 정확히 가려지지 않고 있다며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눈길에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1·2터널 내부에서 2차례에 걸쳐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빙판길 등 교통여건이 좋지 않아 현장에 도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신속한 인명구조와 함께 목격자를 상대로 정확한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