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수문 개방하자 금강에 큰고니 돌아왔다

입력 2020-02-17 14:49
금강에서 비행 중인 황오리.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세종보 수문이 개방된 이후 세종시에 서식하는 조류의 종수·개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2019년 겨울 세종시 조류모니터링’을 실시해 총 70종 4238마리(물새 40종 3433마리)를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진행된 2018년 조사에서는 총 63종 2717마리(물새 35종 1759마리)의 조류가 발견됐으며, 2017년에는 55종 2404마리(물새 29종 1532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조사에서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201호인 큰고니가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20마리나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큰고니는 4대강 사업이후 자취를 감췄지만 2017년 수문 개방 이후 이듬해인 2018년 처음으로 9마리가 확인됐다.

또 4대강 사업 전 2000~5000마리였던 멸종위기종 2급 큰기러기·쇠기러기도 개체수를 회복해 각각 488마리와 243마리가 발견됐다. 전년도인 2018년 조사에서는 큰기러기 11마리, 쇠기러기는 6마리가 관측됐다.

큰기러기·쇠기러기·큰고니 등은 모두 모래톱이 있는 낮은 수심의 하천을 좋아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세종보 수문 개방에 따른 서식처의 변화때문에 이들의 개체 수가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수금류(오리류) 중 청머리오리, 흰비오리, 댕기흰죽지도 이번 조사를 통해 새롭게 확인됐다.

낮은 물을 선호하는 수면성 오리는 2016년 690마리, 2017년 1266마리에서 2018년 1453마리까지 늘었으며 2019년에는 2401마리로 급증했다.

수금류의 서식개체 및 종수의 증가 역시 합강리·공주보 등의 수문개방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4대강 정비사업 이후 금강이 호수화·늪지화 됐지만, 수문이 개방되며 모래톱 및 하중도(河中島) 등이 생기고 수심이 낮아져 서식하기 적합한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는 수문개방 이후 월동조류의 서식밀도·개체 수가 증가한다는 경향을 보인 사례인 만큼 매우 유의미한 일이라고 대전환경운동연합은 평가했다.

지난 6일 실시된 이번 조사는 세종시와 부강 경계지역에서 대전~당진 고속도로 교각까지 약 12㎞ 구간에서 진행됐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조류의 개체수와 종수가 모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더 안정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문개방 이후 변화와 효과를 꾸준히 모니터링 해 조류서식처를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정밀한 조류조사 등을 바탕으로 향후 습지보호지역 지정 등을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세종=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