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차별 의혹에 “돈으로 선거사지 말라” 비난도
부티지지·바이든·클로버샤·샌더스 등 경쟁 후보들 총공세
백악관도 인종 차별 논란에 “수치스럽다”
상승세 탄 블룸버그, 인종·여성 차별 논란 극복 숙제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구도에 다크호스로 부상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에 대해 집중 공격이 가해졌다.
민주당 경쟁후보들은 물론 백악관까지 나서 블룸버그 시장의 인종 차별 의혹·여성 차별 의혹을 증폭시켰다. 세계 12위 갑부인 블룸버그 전 시장을 향해 “돈으로 선거를 사지 말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아군·적군 구분 없이 ‘블룸버그 때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이 타깃이 된 이유는 그가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2월에 실시된 민주당 경선 여론조사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이어 3위로 뛰어올랐다. 대선 선거인단이 세 번째로 많은 플로리다주에서는 블룸버그가 민주당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뒤늦게 대선 출마를 선언한 블룸버그는 민주당 첫 4개주 경선을 건너뛰고 3월 3일 ‘슈퍼 화요일’에 첫 등판한다.
하지만 블룸버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논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인종 차별 논란이다. 블룸버그는 뉴욕시장 재직 시절 ‘신체 불심 검문’ 강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 정책과 관련해 흑인과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불심 검문을 당했다는 비난이 끊이질 않았다.
블룸버그가 뉴욕시장 시절이었던 2015년 “살인을 주로 저지르는 사람들은 16∼25세의 남성이며 소수민족”이라고 말했던 녹음 파일이 최근 다시 공개돼 논란이 재점화됐다. 블룸버그는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하기 직전이었던 지난해 11월 17일 흑인 교회를 찾아 사과했다.
블룸버그가 여성을 차별하고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블룸버그가 소유한 블룸버그통신은 2007년 임신한 여직원들에 대해 직위를 강등하고 임금을 삭감하는 등 차별을 했다는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블룸버그의 급부상을 경계하는 민주당 경쟁자들과 백악관은 약점을 놓치지 않았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1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블룸버그에 제기된 의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과 유색인종을 대하는 방식은 비교가 안 된다”면서도 “우리는 최고의 규범을 지켜야할 민주당 안에 있다”고 에둘러 공격했다. 민주당 경선 초반 국면에서 샌더스 상원의원과 ‘신(新) 양강 구도’를 형성한 부티지지 전 시장도 여성과 인종 차별 문제를 거론하면서 블룸버그를 향해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중도 표밭을 놓고 블룸버그와 경쟁을 벌이는 바이든 전 부통령은 NBC방송에 출연해 “6000만 달러(700억원)로 많은 광고를 살 수 있지만 기록을 지울 수 없다”면서 “사람들은 블룸버그가 흑인 사회에 대해 한 일들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그러면서 “언론은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불심 검문 정책부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말했던 방식까지 블룸버그에 대해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블룸버그가 흑인들의 우상인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무례한 표현을 사용했음을 시사하면서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깜짝 3위에 올랐던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도 빠지지 않았다. 클로버샤는 NBC방송에 나와 “블룸버그가 시장 시절 추진했던 불심 검문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블룸버그는 광고와 돈 뒤에 숨어선 안 된다”면서 “나는 광고로는 그를 이길 수 없지만 토론에서는 그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경선 초반에서 선두를 달리는 샌더스 진영은 억만장자 블룸버그를 향해 “돈으로 선거를 사고 있다”는 비판을 반복하고 있다.
블룸버그 때리기엔 백악관도 동참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차별대우 의혹에 대해 “블룸버그는 선거운동 기간에 이 문제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 블룸버그가 소수민족을 살인자로 취급하는 듯한 녹음파일에 대해서도 “수치스럽다”고 비난했다.
바이든의 추락과 샌더스에 대한 급진적인 이미지 등에 대한 반사효과로 지지율이 오른 블룸버그로선 인종·여성 차별 논란이라는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