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옥정초 정문 횡단보도 앞 차량 정지선을 지나쳐 정차하면 곧장 신호등 옆 대형 전광판에 빨간 불빛으로 ‘정지선을 지켜주세요’라고 쓰인 문구가 나타난다. 신호등에 달린 CCTV가 정지선 위반 차량을 자동 감지해 운전자에게 주의를 시킨 것이다. 밤이 되면 횡단보도는 신호등 옆에서 내리쬔 조명을 받아 훤해진다. 보행자가 지나갈 땐 센서가 작동해 조명은 더욱 강렬해진다.
서울 성동구는 옥정초 등 구내 7개 초등학교 통학로에 스마트 횡단보도를 설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해 최대 8가지의 안전기능을 더한 신호체계다. 차량번호를 자동인식하는 CCTV를 통해 차량 정지선 위반 차량을 잡아낼 수 있고, 센서를 활용해 야간 횡단보도를 내리쬐는 조명 밝기를 조절한다.
또한 바닥에서부터 횡단보도와 보행자를 밝히는 ‘보행자 활주로형 유도등’이 탑재됐다. 횡단보도 양옆을 따라 작고 동그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여러 개를 나란히 설치해 활주로처럼 만들었다. 횡단보도 주변 전체를 CCTV가 관측하고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통합관제센터에 알리는 ‘횡단보도 감시 CCTV’도 설치됐다.
보행자들을 위한 기능도 대폭 늘어났다. 빨간 불일 때 차도로 넘어가면 ‘위험하오니 신속히 인도로 이동하세요’라는 경고 음성이 나오고, 안전한 지역으로 돌아오면 ‘횡단보도 통행시 주의하라’는 안내방송이 흐른다. 인도 바로 앞 바닥에 붙어 신호등 신호에 맞춰 빨간·초록 불이 바뀌는 긴 띠 모양의 조명 ‘바닥 신호등’도 적용됐다.
방향별, 시간대별 보행량을 자동 집계해 빅데이터로 축적하는 ‘보행량 방향별 감시’ 기능, 바닥을 주로 보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위한 ‘무단횡단 금지 로고라이트(바닥 조명)’ 기능도 탑재됐다. 단 횡단보도 주변 상황에 맞춰 일부 기능이 빠지기도 한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당장 ‘차량 정지선 준수율 향상’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마지막 주 스마트 횡단보도 시범운영 결과 정지선 위반 차량은 하루평균 445대였지만 9월 마지막 주 정지선 위반차량은 하루평균 99대로 77.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동구는 올해 한양초를 비롯한 14개 초등학교 주변에 스마트 횡단보도를 더 설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미 설치가 끝난 초등학교 7곳까지 구내 모든 초등학교 21곳에 스마트 횡단보도가 깔리게 된다.
또한 성동구는 다음 달 3월 민식이법(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법률) 시행에 맞춰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에 무인교통단속카메라를 설치하고 과속방지턱, 미끄럼 방지시설 등 안전시설을 정비·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