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크루즈선 격리됐던 美승객 300여명 하선…다시 2주간 격리

입력 2020-02-17 10:3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감염자가 집단 발생해 일본 요코하마(橫浜)항 크루즈 터미널에 발이 묶여 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미국인 승선객들이 17일 새벽 귀국 전세기를 타기 위해 버스를 타고 터미널을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해 모두 35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미국인 승객 약 300명이 귀국 전세기를 타기 위해 하선했다. 다만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44명의 미국인 승객은 전세기를 타지 못했다.

1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해 있던 미국인 승객 300여명은 귀국 전세기를 타기 위해 16일 밤(현지시간) 크루즈선에서 하선했다. 이들은 버스를 타고 하네다공항으로 이동해 17일 새벽 전세기에 탑승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집단 발생하면서 승객들이 배에서 내리지 못한 채 열흘 이상 격리생활을 해왔다. 미국 정부는 이 크루즈선에 탑승한 미국인 380여명 가운데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는 등 코로나19 감염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제외한 사람들을 전세기에 태워 귀국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미국인 승객들은 배에서 내려 도쿄 하네다공항으로 가는 버스로 옮겨 탔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미국인 승선객들이 17일 버스를 타고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 귀국 전세기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CNN방송은 하네다공항에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미국인 승객들이 10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와 전세기에 탑승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전세기 2대에 나눠 타고 귀국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세기 2대 중 1대는 캘리포니아의 트래비스 공군기지에, 다른 1대는 텍사스의 래클랜드 공군기지에 착륙할 예정이다.

크루즈선을 탈출한 승객들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감독 아래 또 다시 14일간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 미국 뉴욕에 사는 승객 셰릴 몰스키는 “집으로 가게 돼 기쁘다”면서도 “격리 생활을 또 한번 거쳐야 한다는 점은 다소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탈출객 가운데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나 감염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기지 밖 시설로 이송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하선한 미국인 승선객들이 17일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탑승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일부 미국인 승객들은 전세기 탑승을 거부하고 크루즈선에 남기로 했다. 미국에 도착한 뒤에도 2주간 다시 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 데다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잠복기 상태일지 모를 다른 승객들과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한다는 점을 우려한 탓이라고 AP는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가족 중 코로나19 감염자가 있어 남기로 결정한 사람도 있다.

한편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미국인 승객 중 4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귀국 전세기에 타지 못하고 회복되는 동안 일본 병원에서 머물게 된다. 파우치 소장은 “그 크루즈선의 전염 가능성 수준은 사실상 화산 지대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이달 초부터 일본 요코하마항에 발이 묶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한 객실 내부에 수트케이스와 가방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객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 70명이 추가로 나오면서 총 감염자는 355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객 중 한국행을 희망하는 한국인이 있으면 국내로 이송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크루즈선에 탑승한 한국인은 승객 9명, 승무원 5명으로 총 14명이고, 아직까지는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