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극장’ 리바운드 역전골, 30m 드리블 결승골

입력 2020-02-17 10:24 수정 2020-02-17 10:28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이 1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빌라 파크에서 애스턴 빌라와 가진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2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4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이 멀티골로 5경기 연속 골러시를 펼쳤다. 1882년에 창단한 토트넘 홋스퍼의 138년사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통산 50득점을 돌파한 6번째 선수가 됐다.

기록만큼 의미 있는 것은 득점 과정에 있었다. 전반 추가시간 2분 역전골, 후반 추가시간 4분 결승골로 ‘해결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토트넘이 1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빌라 파크에서 애스턴 빌라를 ‘펠레 스코어’(3대 2)로 잡은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원정경기는 그야말로 한 편의 ‘손흥민 극장’으로 펼쳐졌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4-2-3-1 포메이션에서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다. ‘에이스’ 해리 케인이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오랫동안 전력에서 이탈한 토트넘에서 손흥민은 최전방과 왼쪽 측면을 오가며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루카스 모우라가 왼쪽, 스테번 베르흐베인은 오른쪽에서 손흥민의 공격을 지원했다.

토트넘은 경기 초반 애스턴 빌라의 강한 공세에 휘말려 선제골을 빼앗겼다. 수비수 토비 알데르베이럴트는 전반 9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애스턴 빌라의 크로스를 잘못 걷어내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알데르베이럴트는 상심하지 않고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전반 27분 직접 동점골을 터뜨려 실수를 만회했다.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이 1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빌라 파크에서 애스턴 빌라와 가진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1로 맞선 전반 추가시간 2분 페널티킥 슛을 가로막힌 뒤 리바운드한 오른발 슛으로 역전골을 넣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 이후부터 손흥민의 ‘원맨쇼’가 시작됐다. 베르흐베인의 상대 페널티박스 돌파 과정에서 파울을 유도해 페널티킥 기회를 얻은 전반 추가시간에 손흥민은 키커로 나섰다. 골문 왼쪽 구석을 노려 찬 오른발 슛은 상대 골키퍼 페페 레이나의 선방에 막혔지만, 손흥민은 곧바로 달려들어 다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감각적인 리바운드로 완성한 역전골.

애스턴 빌라는 강등권(18~20위)을 겨우 벗어난 17위의 약체지만, 그 벼랑 끝에서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파상공세를 펼쳤고, 8분 만에 수비수 비요른 엥겔스의 헤딩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 이후로 일진일퇴의 승부가 펼쳐졌지만 두 팀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2-2의 균형을 이룬 상태로 전광판의 시계는 어느새 정규시간을 넘겨 후반 추가시간으로 접어들었다. 심판이 부여한 추가시간은 4분. 그렇게 경기는 승점을 1점씩 나눠 갖고 끝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추가시간 종료를 30초쯤 남기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공은 하프라인을 넘어 애스턴 빌라 쪽으로 넘어온 순간에 수비진의 실수로 뒤쪽 빈 공간으로 흘렀고, 손흥민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뒤쫓았다. 그렇게 골문 왼쪽 앞까지 약 30m를 드리블로 돌파한 뒤 낮게 깔아 찬 오른발 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이 1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빌라 파크에서 애스턴 빌라와 가진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2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4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이 득점으로 지난달 23일 노리치 시티와 24라운드부터 리그에서 3경기,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포함하면 5경기 연속으로 골러시를 이어갔다. 올 시즌 15~16호 골. 영역을 리그로만 제한하면 시즌 8·9호 골이다. 2015년 8월에 입단한 토트넘에서 5시즌째를 보내면서 리그 통산 50·51호 골을 이날 하루에 쓸어 담았다.

토트넘에서 리그 통산 50골을 넘어선 선수는 손흥민까지 6명뿐이다. 케인이 136골로 최다 기록을 보유했다. 테디 셰링엄(97골) 저메인 데포·로비 킨(이상 91골)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손흥민은 최근 이탈리아 인테르 밀란으로 이적한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51골과 타이기록을 썼다. 손흥민이 한 골만 추가하면 에릭센을 앞지르게 된다.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빅4’의 턱밑까지 추격한 5위로 올라섰다. 중간 전적은 11승 7무 8패(승점 40). 한 경기 덜 치른 4위 첼시(승점 41)를 승점 1점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