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입항 크루즈선에서도 확진자… 1200여명 이미 하선

입력 2020-02-16 20:19
웨스테르담호 승객들이 지난 14일 하선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455명을 태우고 2주간 바다를 떠돌다가 캄보디아 입항했던 미국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앞서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상황에서 또다시 크루즈가 감염의 진원지가 될 우려가 나온다. 특히나 이미 1200여명이 웨스테르담호를 하선한 상황이어서 캄보디아 정부는 허술한 검역 체계를 드러낸 데다 혹시 모를 사태 악화 책임까지 떠안게 됐다.

16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항에 입항한 미국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에 탑승했던 83세 미국 여성이 코로나19 재검사에서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캄보디아에서 비행기를 통해 다른 크루즈선 승객 144명과 함께 귀국편 비행기를 타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넘어왔었다.

이 여성이 검사에서 확진자로 나옴에 따라 네덜란드 항공사인 KLM항공도 웨스테르담호에 탔던 승객 11명의 탑승을 거부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여성과 접촉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탑승 거부 사유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보건당국은 세계보건기구(WHO) 및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협력해 탑승자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14일부터 하선을 허가했다. 하지만 하선 직후 확진자가 발생하자 입장이 난처해진 캄보디아 정부는 곧이어 말레이시아 당국에 해당 검사 결과를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말레이시아 당국은 캄보디아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해당 여성에 대한 재검사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또다시 양성으로 나왔다. 와즈 아지자흐 완 이스마일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16일 “15일 밤 재검사가 이뤄졌으며 해당 여성은 다시 양성 반응을 보였고 남편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기항지인 홍콩에서 출항한 웨스테르담호는 일본, 대만, 필리핀, 태국은 물론 미국령 괌에서도 입항을 거부당해 2주일가량 바다를 떠돌다 지난 13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항에 입항했다. 이 크루즈선의 선사인 홀랜드 아메리카는 미국 마이애미에 본사를 두고 있다. 41개국 출신 승객 1455명 가운데 미국인이 651명으로 가장 많고, 승무원 802명 중에도 미국인이 15명으로 집계됐다.

15일 확진자가 나오자 캄보디아 당국은 웨스테르담호에 남아 있는 탑승자들의 하선도 잠정 금지한 상태다. 시아누크빌 주정부 대변인은 15일 “아무도 웨스테르담호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선하기 전에 발열 검사를 다시 한번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웨스테르담 호를 운영하는 홀랜드 아메리카에 따르면 현재 승객 236명과 승무원 747명은 아직 웨스테르담호에 남아있다. 하지만 승객 및 승무원 등 1200여명은 이미 웨스테르담호를 떠난 상황이다. 이들 가운데 이미 본국으로 돌아간 승객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자칫 폭넓은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