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선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의 악몽을 끊어낼 수 있을까.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15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의 전략공천지역 지정을 요청하면서 ‘동작을의 악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 경선을 준비해왔던 예비후보자들은 일제히 “낙하산 공천은 필패의 지름길”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과거에도 이 지역에서 전략공천 문제로 후보자와 지역위원장 간 갈등이 불거져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동작을 지역위원장인 강희용 예비후보자는 16일 입장문 및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지역은 최근 16년간 낙하산 공천으로 늘 패배를 했고, 이 때문에 당원들이 갈라지고 지역주민들의 여론 형성이 왜곡되었던 곳”이라며 “2018년부터 지금까지 2년여 간 갈갈이 찢어진 당원들을 하나로 규합하고, 지역구 곳곳을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다니며 지역을 다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의 자체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제가 유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소한 누구를 새로 보내려면 기존 지역위원장과 경선을 붙여서 합리적인 절차와 과정을 거치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강 후보자 외에 선거를 준비해온 허영일 예비후보자도 이날 “우리 지역을 경선 지역으로 전환해달라는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자는 공관위의 전략공천지역 지정 요청에 재심을 신청할 계획이다. 전략공천지역은 공관위의 지정 요청과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의결로 확정되는데 동작을이 전략공천지역으로 확정되면 두 후보자는 당내 경선도 치를 수 없게 된다.
민주당 공관위는 나 의원에 대항해 인지도가 더 높은 인물을 내세워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전략공천지역 지정을 요청했다. 17대 때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한 나 의원은 18대 중구를 거쳐 19·20대 때 동작을에 뿌리를 내렸다. 나 의원이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동작구를 더해 ‘강남 4구’를 원하는 동작구민들의 민심을 잡으려면 거물급 인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은 이를 고려해 나 전 원내대표와 같은 판사 출신인 이수진 전 판사와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등을 놓고 여론조사를 돌리며 고심해왔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동작을 전략공천 문제를 두고 파열음이 나올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2014년 재보궐선거 당시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현 의원)와 허동준 지역위원장의 ‘패륜 공천’ 논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당시 광주에 출사표를 낸 기 후보자는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으로 동작을로 출마지를 바꿨다. 기 후보자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인 점을 감안해 ‘박원순 효과’를 염두한 전략공천이었던 셈이다. 당시는 박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지 2달이 안 된 시점이었다. 일찌감치 동작을에서 선거를 준비 중이던 허 위원장은 “당이 패륜적 행동을 했다”며 기 후보자의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강력 반발했다. 기 후보자와 허 위원장은 23년 지기 친구사이였다. 기 후보자는 결국 공천을 받았지만 선거 도중 노회찬 정의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후보직을 사퇴했고, 노 후보도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에게 낙선하며 동작을을 잃었다.
최근 동작을에서의 선거 결과도 민주당이 어떤 후보를 낼 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동작을 민심은 18대와 19대, 20대 총선에서 정몽준과 나경원 의원을 선택했다. 16대 17대 총선 당시에는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승리한 지역이기에 ‘인물’이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과학적 여론조사를 돌려서 같은 값이면 그동안 열심히 해 온 지역위원장을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지지율이 저조하면 영입 인사나 새로운 인물로 돌려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