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남성 왕족만 일왕이 될 수 있는 현재 일본 왕실 제도를 유지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16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 왕세제가 일왕 계승 1순위(고시·皇嗣)임을 공표하는 4월 하순 이후 이런 방침을 분명히 할 예정이다. 여성 일왕은 물론이고 어머니로부터 왕실의 피를 이어받은 왕족이 일왕이 되는 모계(母系) 계승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왕위 계승 들을 담은 ‘왕실 전범’은 아버지가 일왕의 피를 이어받은 남성만 일왕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여성·모계 일왕을 인정하면 일왕 계승 1순위가 바뀔 수 있어 왕실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면서 현행 왕실 전범을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나루히토 일왕이 왕세자 시절 딸 아이코 공주만 낳고 왕자를 낳지 못하자 2000년대 전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일본 정부는 여성·모계 일왕을 인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 보수파의 반대가 컸던데다 후미히토 왕자가 2006년 히사히토 왕자를 낳으면서 여성·모계 일왕 논의는 중단됐다.
하지만 일본 왕족의 수가 계속 주는 상황에서 남성에게만 왕위를 계승하는 왕실 제도가 전근대적이라는 비판이 점점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 부부는 물론 아이코 공주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면서 여성·모계 일왕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성·모계 일왕을 지지하는 여론도 80% 가까이 된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내 보수파는 남성 왕족만 왕위를 계승할 수 있다는 기존 전통을 중시한다. 앞서 고이즈미 총리 시절 관방장관일 때 왕실전범 개정안 제출을 막은 사람도 아베 총리였다. 아베 총리는 민주당 정권에서 여성의 왕위 계승 문제를 다시 논의하려고 할 때도 비판적인 입장을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아이코 공주는 현재로서는 여왕이 되지 못할 것이 확실시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