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여행력 없는 29번 확진자…지역사회 감염인가

입력 2020-02-16 16:4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엿새 만에 추가로 발생했다. 29번째 확진자다. 심장질환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확진 판정을 이 환자는 해외여행 이력, 확진자 접촉력이나 발열·호흡기 증상도 없었다. 역학조사에 나선 보건당국은 경로가 불분명한 지역사회 감염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심근경색 증상을 의심해 지난 15일 오전 11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은 82세 한국인 남성이 16일 오전 19번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영상검사에서 폐렴 소견이 발견됐고 의료진 판단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해 양성이 확인됐다. 29번 환자는 약 15시간 뒤인 16일 새벽 2시쯤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인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29번 환자는 응급실 중증구역에서 진료를 받고 CT상 바이러스성 폐렴이 의심돼 바로 음압격리실로 이동됐다. 격리 중인 환자는 폐렴 소견은 있으나 안정적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은 이날 새벽 폐쇄돼 방역 작업에 들어갔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 36명, 응급실 환자 10명은 격리 조치됐다.

방역당국은 29번 환자의 감염원, 감염경로, 동선, 접촉자 등을 파악 중이다. 이 환자는 고대안암병원을 찾기 전 지역 의원 2곳도 들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의료기관을 찾은 이유와 어떤 진료가 진행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의료기관명, 소재도 공개되지 않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병원 소독조치, (환자) 명단, 진료내역과 일자 등을 파악해서 감염력이 있는 시기에 방문한 것인지 확인 후 경과보고를 하겠다”며 “먼저 선제적인 조치를 완료하고 (의료기관명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해당 의료기관들은 영업 중지 조치가 내려질 예정이다. 의료기관 외에도 29번 환자가 거주지인 종로구의 한 노인회관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방역 당국이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노인회관은 다른 이유로 이미 폐쇄된 상태다.

29번 환자는 발병 일자가 아직 명확지 않다. 응급실 방문 며칠 전부터 마른 기침 증상이 있었고, 병원을 찾았을 때 체온은 37.5도였다. 비교적 증상이 미미해 발병 시점을 정확히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함께 거주 중인 29번 환자의 부인은 관련 증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본부장은 “세부적인 발병 날짜나 증상은 환자와 면밀한 면담을 해봐야 특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사례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지역사회 감염 여부다. A씨는 지난해 12월 이후 해외여행력이 없고, 확진자와 접촉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사회 감염은 감염원, 감염경로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자칫 방역 감시망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9번째 확진자가 지역사회 감염으로 파악될 경우 해외여행력, 확진자 접촉력 등을 살펴보는 기존 사례정의가 무너지게 된다”며 “의료기관에서는 모든 발열,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검사해야 할 수도 있어 대규모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대본은 지역사회 감염 위험이 큰만큼 폐렴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선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29번 환자도 역학적 연관성은 없으나 폐렴 소견을 두고 의료진이 선제적 진단을 한 경우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