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남성 왕족만 일왕이 될 수 있는 현행 일본 왕실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요미우리신문 16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인 아키시노노미야 후미히토가 일왕 계승 1순위라는 사실을 공표하는 4월 하순 이후 이런 방침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왕실 전범은 아버지가 일왕의 피를 이어받은 남성만 일왕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성 일왕은 물론, 어머니로부터 왕실의 피를 이어받은 왕족이 일왕이 되는 모계 계승도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여성·모계 일왕을 인정하면 일왕 계승 1순위가 바뀔 수 있어 왕실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내에선 여성 혹은 모계 일왕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9월 NHK방송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성 일왕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4%를 차지했다. ‘모계 일왕을 지지한다’는 답변도 71%였다.
하지만 현행 방침을 유지하기로 한 배경에는 자민당의 보수 성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보수의원 단체인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은 아베 총리에게 옛 왕족이었던 남성들을 왕족으로 복귀시키는 방안을 건의했다. 여성·모계 일왕 검토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아베 신조 총리 역시 지난해 “남계 (왕위) 계승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역사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성이 일왕이 되는 것에 반감을 드러낸 대목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