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수사와 소추는 한 덩어리”…추 장관에 사실상 반대

입력 2020-02-16 16:38 수정 2020-02-16 17:13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부산지검·부산고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사는 형사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수사는 소추에 복무하는 개념”이라며 “소송을 준비하고 법정에서 공소유지를 하는 사람(검사)이 소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검에 따르면 윤 총장은 당시 “법원이 조서 재판에서 공판중심주의로 전환을 선언했음에도 검찰은 이 같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어느 면으로 보나 수사와 소추(기소)는 결국 한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고 검사가 경찰 송치 사건을 보완하는 경우데도 사법경찰관과 소통하면서 업무를 하지 않으면 공소유지를 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직접 심리를 한 판사가 판결을 선고하듯, 검찰도 수사한 검사가 기소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내에서 수사와 기소의 주체를 달리 하는 방안을 검찰 개혁안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검찰청은 16일 “윤 총장이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상 추 장관의 제안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평소에도 “검사의 ‘배틀필드’는 조사실이 아니라 법정” “법정이 집무실이다” “키맨은 법정에서 직접 증언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하라”고 말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추 장관이 오는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주재하는 ‘검찰개혁 관련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법무장관 주재 검사장 회의는 2003년 강금실 당시 장관 이후 17년 만이다. 고검장 6명과 지검장 18명,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회의에 참석한다. 윤 총장은 참석하지 않는다.

회의에선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 검경 수사권 조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관련 하위법령 제정, 검찰 수사관행·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수사와 기소 판단 주체 분리에 대한 추 장관의 언급이 다시 이뤄지면 이에 대한 반박 의견이 개진될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은 최근 추 장관과 이 주제를 놓고 통화하면서 사실상 ‘협의 불가’ 반응을 보였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수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법작용임은 당연한 이야기”라고 했다.

실제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한 2017년 이후 검찰에서는 수사검사가 직접 공판 과정에도 참여하는 사례가 늘었다. 법원이 ‘조서재판’에서 ‘공판중심주의’로 재판 시스템을 바꾼 데 따른 변화다. 과거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검찰의 조서를 던져버리라”고 일갈한 데 대해 검찰에서는 불쾌한 반응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윤 총장은 “강력한 선언을 제대로 받아들여 법원의 재판 운영 시스템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었다.

한편 추 장관이 적극 지원을 약속했던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최근 위원 3명이 사임해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 16명으로 꾸려진 이 위원회에서는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변호사, 김용민 변호사와 검찰 수사관 1명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는 3명에 대해 ‘해촉’ 처리 절차 중이다. 개혁위 관계자는 “수사관 위원의 경우 개인 사정으로 복귀했다”며 “위원회 충원이 필요하다는 내부 논의가 있다. 위원회 정비는 좀 필요하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승은 박상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