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불완전 판매 논란에 휩싸인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분쟁조정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 이르면 상반기 안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투자자 구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반 토막을 넘어선 원금 손실이 예상되는 투자자들에게 배상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실 펀드의 손실액이 확정돼야 하는 데다, 19개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와 라임자산 간의 책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여기에다 금감원이 라임자산과 신한금융투자를 부실 은폐·사기 혐의 공범으로 지목하면서 검찰 수사가 예고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소송전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16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라임자산 사태에 따른 투자자 손실액은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라임자산이 환매를 중단한 모(母)펀드는 ‘플루토 FI D-1호’(플루토), ‘테티스 2호’(테티스),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 ‘크레디트 인슈어드 1호’(CI펀드) 4개다.
가장 논란이 되는 건 ‘펀드 부실 은폐’ ‘사기’ 등 불법 행위가 드러난 무역금융펀드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자산과 신한금융투자는 무역금융펀드가 투자한 미국 IIG펀드가 가짜 채권을 만들다 적발된 사실 등을 알고서도 이를 고객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되레 IIG펀드 기준가를 매월 0.45% 오르는 것으로 임의 조정해 수익률을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2408억원 규모의 무역금융펀드에는 개인 투자자 자금 1687억원도 들어있다.
금감원은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한 사기 혐의 등을 검찰에 통보하고, 분쟁조정 절차를 최대한 빠르게 가동할 방침이다. 무역금융펀드 등을 중심으로 라임자산 관련 214건의 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다음 달부터 현장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금감원 금융민원센터에 라임펀드 분쟁 전담창구도 운영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합동 현장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착수하고 오는 5월까지 법률자문을 거쳐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도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들의 불완전 판매로 피해를 봤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펀드 내용을 비롯해 라임자산의 펀드 간 자전거래를 통한 ‘수익률 돌려막기’ 등의 우려를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까지 라임자산과 판매사들을 고소한 투자자는 37명을 넘는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16개 판매사들도 공동대응단을 만들어 실사 결과가 나오면 소송에 나선다.
이처럼 투자자, 판매사, 운용사 등이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금융 당국이 ‘뒷북 대응’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 당국은 지난 14일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사모펀드 상호 감시·견제와 투자자 보호 취약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 문제까지 터진 뒤에야 내놓은 대책이라는 점에서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금융 당국은 2015년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사모 운용사 진입 요건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하는 등 규제를 풀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미비점 등에 대해 다음 달까지 보완 방안을 마련·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일부 문제가 있는 사모펀드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