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2월 16일·광명성절)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김 위원장이 22일간의 잠행을 끝내고 공개석상에 나온 것이다.
노동신문은 16일 김 위원장이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과 함께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광명성절에 즈음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구체적인 참배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광명성절 당일 자정에 참배를 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참배 역시 비슷한 시간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신문은 검은색 가죽 코트를 입고 참배에 나선 김 위원장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2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설 당일(1월 25일) 평양 삼지연극장 기념공연 관람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공개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은 코로나19 차단을 ‘국가 존망’에 관한 문제로 규정하고 바이러스 유입 방지에 모든 국가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내부 결속 제고를 위해 참배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성원들은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장엄한 정면 돌파전의 선봉에서 혁명적진군의 보폭을 더욱 힘차게 내짚어나갈 철석의 맹세를 다졌다”고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정면 돌파로 이겨내자고 강조했다. ‘자력갱생’으로 경제난을 극복해야 하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체제 결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주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고 지도자와 수뇌부가 건재하다는 점을 과시하면서 주민들에게 “동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참배 때와 비교하면 김 위원장을 수행한 당 간부 규모는 크게 줄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도 이번 참배에는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추동력을 만들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개별관광 카드에 북한이 처음으로 반응했다.
대외 선전 매체 ‘조선의 오늘’은 이날 ‘외세에 구걸하여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 당국이 외세에게 빌붙어 북남(남북) 관계 문제를 풀어보려고 무던히도 분주탕(소란)을 피우고 있다”며 “구태여 대양 건너 미국에 간다고 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우리 민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족 내부 문제에 사사건건 끼어들어 훼방을 놓는 미국에 가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