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외교관 중 최고위급인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4·15 총선은 김일성이 태어난 날”이라며 “김일성의 생일에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이 자유 선거로 국회의원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총선 출마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총선에서 본인의 신변 안전을 위해 지은 주민등록상 이름인 ‘태구민’으로 출마한다.
태 전 공사는 1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터넷으로 북한과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저의 활동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저를 통해서 그들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넓히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 북한 엘리트들조차 민주주의 선거가 어떻게 치러지는지 전혀 모른다”며 “이러한 과정을 북한 주민들이 통일 전에 제대로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이 선거를 다룬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다. 이런 드라마들은 주로 민주주의 선거절차 과정보다는 음모나 부정선거 등을 다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선거를 직접 뛰면서 북한 주민들을 향해 북한과 대한민국 선거가 어떻게 다른지를 체험해서 구체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라며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북한 주민들에게 이번 총선의 구체적인 모습을 알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또 지금의 남북관계에 대해선 “정의롭지 못한 평화 상태”라고 규정했다. 그는 “우리가 북한에 성의를 보이고 정성을 다하면 핵도 포기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문제”라며 “이런 방식으로는 결코 비핵화를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위협을 더욱 키울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재개가 국제적인 대북제재의 틀을 허무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북핵 문제 해결 상황에 맞춰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 개별관광 문제에 대해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며 “외국에서 북한 비자를 받아 관광한다는 발상도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반도는 2개의 국가가 아니므로 한국에서 북한으로 갈 때는 비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방문증’이 필요하다”며 “엉뚱하게 비자를 받고 관광하는 것은 한국이 먼저 영구분단으로 가자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주민등록상 이름인 태구민으로 출마하게 됐다”며 “개명 신청을 했는데 법원에서는 3개월이 걸린다고 통보를 해서 원래 이름으로 개명하는 게 총선 전에는 불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태구민’은 태 전 공사가 북한의 테러 위협을 피하고자 주민등록상 생년월일과 함께 바꾼 이름으로, ‘백성을 구원한다(救民)’는 뜻이라고 한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태 전 공사의 신변 보호를 위한 국가 경호가 선거에 활용되는 것이 부적절하지 않냐’는 질문에 “태 전 공사는 우리와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누구나 피선거권을 가지고 있다”며 “탈북과정에서의 특수성 때문에 신변 보호를 받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