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상황을 직접 챙기며 철저한 대응을 주문해왔다고 직접 밝힌 연설문이 공개됐다. 중국 당국의 부실한 초동 대응 탓에 감염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는 비판이 고조되자 이를 모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코로나19 대응 실패의 궁극적 책임이 시 주석에게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는 시 주석이 지난 3일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밝힌 코로나19 대응 관련 발언을 15일 공개했다. 시 주석은 회의석상에서 “연초부터 지금까지 전염병 예방과 통제는 내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문제였다”며 “나는 질병 확산과 방역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당 지도부의 판단은 옳았고 실무부서의 움직임은 즉각적이었으며 조치는 유효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구체적인 날짜까지 거론하며 지도부의 대응 태세를 소개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7일 정치국 상무위에서 코로나19 방역 작업과 관련한 요구사항을 내놨다. 같은 달 20일에는 인민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순위에 놓고 실질적 조치를 취하라고 서면 지시를 내렸다. 그럼에도 사태 악화가 지속되자 이틀 뒤 후베이성 인구의 외부 이동을 통제토록 조치했다. 시 주석은 춘제(春節·중국 설)인 지난달 25일에도 정치국 상무위를 소집해 상황을 직접 챙겼다.
기존에는 시 주석이 지난달 20일 코로나19 관련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치우스가 공개한 연설문을 놓고 보면 시 주석은 해당 시점부터 최소 2주 전부터는 코로나19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중국 당국이 6000자가 넘는 시 주석의 상무위 발언 전문을 공개한 것은 지도부가 사태 초기부터 긴밀히 대응해왔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후 한동안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그가 하급 간부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은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중국 지도부 의도와 다르게 시 주석 연설문 공개가 되레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조기 수습 실패의 책임이 궁극적으로 시 주석에 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우한시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정보 공개와 적극적 대응에 나서지 않아 큰 비판을 받았다. 저우센왕 우한시장은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정부로서 우리는 관련 정보와 권한을 얻은 뒤에야 정보를 공개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코로나19 관련 언급을 하기 2주 전에 그가 사태를 인지하고 개입했던 사실을 중국 당국이 처음으로 인정했다”면서 “이 시기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의 관리들은 질병의 위험을 여전히 과소평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NYT는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새로운 주장을 펼침으로써 시 주석은 코로나19에 소극적이고 뒤늦게 대응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