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0여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정시 확대 정책 때문에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교육부 정책에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 평가를 앞두고 입학처장들의 집단 반발은 이례적이다. 다만 정부 정책을 거부하는 상황까지는 아니어서 파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전국대학교 입학관련 처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16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대한 대학의 입장’이란 자료를 발표했다. 협의회는 “지난해 11월 28일 발표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과 관련해 전국 대학의 입장을 조율·정리한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에는 본교와 분교까지 합해 200여개의 4년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협의회는 다양한 근거를 들어 지난해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서울 소재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정시를 40%로 확대한다”는 방침에 대해 “교육 불평등 문제가 더 심화된다는 연구들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19학년도 수능 성적 결과’를 언급했다.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10점 가량 높고, 수능 1·2등급 비율은 서울이 전국 최고라는 내용이다. 수능이 확대되면 지방 학생들이 불리해진다는 근거다.
또한 ‘2018 교육여론조사’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월 6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수능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발표된 ‘배제의 법칙으로서의 입시제도’(한국사회학 제53집 제3호)란 논문에서도 상류층일수록 수능을 선호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지적하면서 “수능 위주 전형이 특정지역, 특정 소득계층에 유리한 대입전형으로 교육 불평등 문제와 대입 공정성 문제의 해결책이 아님을 정부가 간과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유리한 통계를 취사선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부는 일반고 학생의 주요 13개 대학 합격률이 자율형사립고나 외국어고·국제고 등보다 현저히 떨어진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학들이 학생의 개인 역량이 아니라 학교 명성을 보고 뽑았다는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원자 수 대비 합격률이 아닌 전국 고3 학생 수 대비 합격자 비율을 공개했다. 일반고 학생이 자사고·외고 등에 다니는 학생보다 훨씬 많으므로 합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 방침을 거부하는 의시 표시로는 보지 않는다. 이달 말과 다음 달 초 있을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 설명회 자리에서 입학처장들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