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특별법, ‘보상’은 없고 생뚱맞은 사업만 ‘가득’

입력 2020-02-16 15:05 수정 2020-02-16 16:59

지난해 말 국회에서 포항지진특별법이 통과되면서 2017년 11월 포항 지진 발생 2년 만에 지진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에 대한 피해 구제의 길이 열렸다는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포항지진특별법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시행령 제정안에는 구체적인 피해보상 방침 대신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이나 재난 안전교육시설 설치 같은 ‘구색 맞추기용’ 사업들만 담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지난 14일 입법 예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시행령 제정안은 지난해 연말에 제정된 특별법에 위임된 사항들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입법 예고한 시행령 제정안은 지진진상조사위원회와 피해구제심의위원회, 사무국 구성과 운영, 포항주민 지원 사업들에 관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우선 포항지진의 진상조사를 위해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1명을 포함한 9명의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10년 이상 법조계와 교수를 역임한 자, 지질·지반·재해관리 등에서 10년 이상 종사자,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전문가 등이 자격 요건. 지진피해구제심의위원회 역시 위원장 1명을 포함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했다. 두 위원회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사무국도 구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포항 주민 지원을 위해 공동체 회복 교육·상담 프로그램과 트라우마센터 운영, 지진대비 훈련·안전교육시설 설치 등 재난 예방 교육 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문제는 정작 피해 주민들이 관심을 갖는 ‘피해 보상’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피해자 인정과 피해구제 지원금 지급 관련 규정은 4월 이후 피해구제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3월 정부 조사연구단이 포항 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정부가 피해 보상 논의에 지나치게 시간을 끌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에는 ‘손해배상금’ ‘손실보상금’ ‘위로지원금’ 같은 배·보상 관련 규정 대신 ‘지원’이라는 단어로 규정됐다”며 “이는 배·보상 관련 사항을 규정한 4·16 세월호 참사 특별법과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허베이 스피리트호 특별법 등과도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원 사업으로 내세운 트라우마센터 운영 등도 이미 지진 발생 2년이 지난 것을 고려하면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가 작성한 포항지진백서에 따르면 포항 지진으로 인한 부상자와 이재민은 각각 135명, 1797명이다. 재산 피해액만 총 850억원에 이른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