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관련 항공업, 호텔업도 ‘먹구름’
사태 장기화하면 제조업에도 전방위 압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 산업에 ‘융단폭격’을 날리고 있다. ‘중국인 여행객 감소’ ‘중국 내수 위축’ ‘글로벌 교역망 악화’ 등 여파로 유통업부터 정보통신(IT)업까지 모두 사정권 안이다. 코로나19는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 한국 경제를 뒤흔들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를 발표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유통·호텔·항공·화장품업 등에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확진자 방문으로 임시 휴업 매장 증가, 해외 입·출국객 감소, 중국 소비 위축, 집합시설 기피 경향으로 인한 영업 위축 등이 그 배경이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해외 입·출국객수 변화에 민감한 면세점이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의 83.7%는 외국인의 지갑에서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의 입국이 제한되는 등 전반적인 면세점 이용객이 줄어들고 있다. 연구소는 “면세점에 입점해 중국인들을 상대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온 국내 화장품 업체가 일부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행과 관련한 항공업, 호텔업에도 ‘먹구름’이 자욱하다. 연구소는 감염 우려로 중국 뿐만 아니라 국내의 여행 자체 수요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국내 항공사의 중국 노선 94개 가운데 25개 노선은 감편됐고, 다른 58개는 운항이 아예 중단됐다. 호텔업은 중국인 숙박 비중이 높은 3성급 호텔을 중심으로 충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도 안심할 수 없다. 중국 공장이 휴업에 들어가면 국내 제조업체들은 각종 부품·소재 조달에 ‘적신호’가 켜진다. 2017년 기준 한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중간재 비중은 전체에서 16%에 달한다. 중국에서 내수 위축이 장기화하면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의 수요도 줄어들게 된다. 이 경우 국내 전자기기, 기계, 화학 등 주요 제조업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19가 한국 산업에 전방위 압력을 가하는 배경엔 급성장한 중국 경제가 자리한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기준 전세계 GDP의 15.9% 차지했다. 2003년 사스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4.3%)와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여기에 중국의 해외관광 지출 규모도 같은 기간 154억 달러에서 2765억 달러로 18배나 급증했다. 연구소는 “한국은 중국과의 높은 지리적·경제적 연결성 때문에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는 적어도 올해 2분기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중국 정부의 초기대응이 미흡했고, 춘절(春節·중국의 설날) 기간 민족대이동으로 바이러스가 빠르게 전파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