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퇴거”…中방문자 기숙사 격리수용 대학 곳곳서 잡음

입력 2020-02-16 14:26

개강을 앞둔 서울 주요 대학들이 중국 방문 학생들을 기숙사에 격리수용하기로 한 뒤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방학 기간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학생들은 학교 측으로부터 갑작스럽게 퇴거 통보를 받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양대는 지난 10일 기존 입사생들에게 생활관 4곳을 휴관한다고 알렸다.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중국 방문 학생들을 격리할 장소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이미 지불한 기숙사비를 다음 달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퇴거 통보를 받은 학생들은 당장 머물 곳을 구하느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재학생 이모(27)씨는 “기존 입사생들에 대한 아무런 조치 없이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개강 전후 한 달 가까이 어디서 지내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한양대는 신청자에 한해 당초 휴관하겠다고 한 생활관 1개동에 머물 수 있도록 안내했다. 이 기간 기숙사에 머무려면 13만4000원을 내야 한다.

한양대 관계자는 “오는 25일부터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들어와 선제조치하는 것”이라며 “교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연세대도 같은 이유로 기존 입사생들에게 오는 19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퇴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런 와중에 연세대가 지난 5일부터 중국 방문 학생들을 일반 학생이 묵고 있는 기숙사에 격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재학생 김모(21)씨는 “격리자들과 생활관 같은 동을 쓰는데, 1층과 지하 1층에 공유 장소가 있어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행정고시 1차 시험이 2주밖에 안 남았는데, 격리 사실을 알았다면 더 안전한 장소로 옮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중국 방문자 격리 사실을 알고 학교 측에 퇴사 의사를 밝힌 뒤 환불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학교 측은 일괄 퇴거 기간 외에는 환불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중국 방문자들을 선제적으로 격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학생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격리 수용을 이유로 미리 퇴사하는 학생에 대해선 환불해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교내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총학생회와의 협의를 통해 일괄 퇴거 조치를 재검토하고,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기숙사 이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학교들은 개별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1000명이 넘는 중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인 계명대는 오는 24일부터 2주간 기숙사에 중국인 유학생들 격리한 뒤 수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기숙사 규모상 1인 1실 배치가 불가능해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남대는 오는 18~19일 입국하는 중국인 유학생 150명을 인천공항에서 기숙사로 수송하기 위해 전세버스 3대를 투입하기로 했다.

권민지 김지훈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