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1순위 위협은 중국·러시아…중국이 최대 위협
북한·이란, 2순위 위협…3순위는 극단주의 무장단체들
에스퍼 “시진핑 중국, 잘못 가고 있어” 직격탄
폼페이오 美국무 “북핵 막기 위해 제재”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15일(현지시간) 북한과 이란을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불량 국가들(rogue states)’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이들 불량 국가들이 중국·러시아에 이은 ‘2순위(second tier)’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불량 국가라는 표현을 에스퍼 장관이 사용함에 따라 북·미 협상의 교착상태는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 중인 에스퍼 장관은 이날 연설을 통해 “거대한 권력경쟁의 시대에서 우리(미국)의 주요 안보 도전국은 중국이며 그 다음이 러시아”라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어 “두 번째 우선순위가 북한과 이란 같은 불량국가들”이라며 “마지막으로 폭력적인 극단주의 단체들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지속적인 위협이 될 것 같다”고 결론내렸다.
에스퍼 장관은 미 국방전략보고서(NDS)의 내용에 따라 미국의 안보 위협을 이같이 분류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1순위 위협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북한과 이란을 2순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3순위는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다.
에스퍼 장관이 공개적으로 북한을 불량 국가라고 지칭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해 8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불량 국가라고 부른 데 대해 “미국 스스로가 반드시 후회하게 될 실언”이라면서 “미국은 우리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려 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지난 6일 존스홉킨스대에서 진행했던 기조연설에서도 “미국은 이란과 북한 같은 불량 국가들로부터의 지속적인 위협에 직면해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설에서도 에스퍼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를 1순위로 지목했고, 북한과 이란을 2순위로 거론했다.
에스퍼 장관은 뮌헨안보회의에서 한 연설에서 중국은 서구의 노하우를 훔치고, 작은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며,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익을 추구한다고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에스퍼 장관은 또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 하에서 중국 공산당은 잘못된 방향으로 더 빠르고, 더 멀리 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중국은 내부적으로는 자유를 더 억압하고, 더 약탈적인 경제 관행을 시행한다”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중국의) 공격적인 군사 태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에스퍼 장관은 “미국은 중국과 충돌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최근 거의 18톤의 의약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중국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한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막기 위해 국제적 제재, 전세계적 제재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일관되게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유 국가가 인권·경제·안전 보장 측면에서도 우월하다는 취지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북한을 대비시키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여러분은 완전한 암흑에 있는 북한과 불빛이 반짝이는 한국의 지도 간 차이점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에서 찍은 한반도의 야간 사진을 보면 한국이 환한 불빛으로 가득 찬 반면 북한은 암흑에 가까운 모습으로 나오는 상황을 사례로 든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