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용산기지 발암물질 ‘과불화화합물’ 검출 여부도 조사

입력 2020-02-16 11:27
서울 용산미군기지. 연합뉴스

서울시가 다음 달 용산미군기지 주변 지하수를 채취해 발암물질인 과불화화합물 검출 여부를 조사한다. 지난달 경북 칠곡, 경기도 의정부 등 주한미군 기지 5곳에서 해당 물질이 초과 검출된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시도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이다.

서울시는 용산기지 주변 수질 점검 대상지 39곳 가운데 녹사평역·캠프킴 주변 등 14곳에서 과불화화합물 검출 여부를 추가 조사한다고 16일 밝혔다. 지금까진 벤젠 등 유류오염물 검출 여부에 집중해왔다.

과불화화합물은 방수 소재, 패스트푸드 포장지 같은 종이코팅, 조리기구, 소화장비 등에 사용되는 유해화학물질이다. 전립선암, 신장암 등 암과 생식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물질로는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옥탄설폰산(PFOS)으로, 국제암연구소(IARC)는 과불화옥탄산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달 다른 지역 미군기지 5곳의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는 미국 국방부 보고서가 공개됐다. 2018년 3월 작성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의정부 2곳, 대구, 칠곡, 전북 군산 등 미군기지 5곳의 지하수에서 미군기지 내 소방장비가 오염원으로 추정되는 기준치 최대 15배를 초과 과불화화합물(PFOA, PFOS)이 검출됐다.

이에 따라 매년 용산기지 주변 지하수를 검사해오던 서울시도 검사 대상에 과불화화합물을 추가했다. 서울시는 “미 국방부 보고서 검토 결과 용산기지에 대한 조사 내용이 없어 과불화화합물 오염 실태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조사 결과 수질 기준을 초과한다면 환경부를 통해 미군 측에 원인조사와 정화 조치를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과불화화합물과 함께 카드뮴, 비소, 수은, 납 등 12종의 특정유해물질 검출 여부도 함께 조사할 예정이다.

앞선 2018년 용산기지 주변 지하수에서는 유류 유해물질인 벤젠이 기준치의 최대 1170배 초과 검출됐다. 서울시는 당시 “지속적인 정화작업에도 아직 지하수면 위에 떠 있는 기름이 검출됐으며, 벤젠 등 유류 성분이 기준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