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건전성 높은 푸르덴셜생명 ‘알짜배기’
“다음 달 중으로 인수전 윤곽 나올 듯”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3월 “양궁으로 치면 경쟁사는 10발을 다 쏘고, 우리는 1발이 남아있다. 1위를 굳히는 한 발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1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다는 질문을 받자 내놓은 답변이었다. 윤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보강을 위해 생명보험사 인수·합병(M&A)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윤 회장의 ‘마지막 화살’이 푸르덴셜생명으로 향할지 금융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비은행 부문 ‘덩치 키우기’가 절실하다. 자산건전성이 우수한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KB금융은 지난달 16일 한앤컴퍼니,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퀴티(IMM PE) 등과 푸르덴셜생명 인수경쟁에 뛰어들었다. 현재 적격인수후보군으로 추려져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 시기는 다음 달 중으로 예상된다.
푸르덴셜생명은 일찌감치 ‘알짜배기 매물’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자산이 20조1937억원, 누계 당기순이익은 1464억8400만원에 이른다.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500%를 웃돈다. 쉽게 말해 모든 고객이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일시 상환을 5번하고도 돈이 남는다는 의미다.
KB금융이 최종 인수후보로 유력하게 부상한 배경엔 비은행 부문 ‘갈증’이 자리한다. KB금융은 지난해에도 실적에서 신한금융지주에 밀렸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에서 1099억원 차이로 신한을 따돌렸으나, 비은행 부문에서 2860억원가량 뒤졌다. 김기환 KB금융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은 지난 6일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한 직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지만 푸르덴셜생명도 잠재적 표적 중 하나”라며 “시너지 창출력, 수익 기여도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결정하려 한다”고 밝혔었다.
격차를 벌린 핵심은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이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2715억원을 거두면서 지분율 59.15%(1606억원)만큼 신한금융지주 실적에 진입했다. 여기에 오렌지라이프는 올해부터 신한금융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렇게 되면 오렌지라이프의 실적은 고스란히 지주 실적으로 잡힌다.
시장에선 푸르덴셜생명의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푸르덴셜생명 매각가격은 2조원 선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변수로 등장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코로나19를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규정하면서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보험사의 이자수익과 운용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매각가격도 그만큼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6일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할 때도 그랬듯이 지분을 얼마나 사들일지도 중요하다”며 “아직 단순 계산으로 실적 예상을 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다음 달은 돼야 인수전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