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을 먹던 10대 동료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20대 남자 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이른바 ‘가출팸’ 사이에 벌어진 ‘오산 백골사건’의 결말이다.
가출팸은 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를 일컫는 은어다.
수원지법 형사11부(이창열 부장판사)는 1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23)씨에게 징역 30년을, 변모(23)씨에게 징역 25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들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20년간 부착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미성년자 유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19)양과 정모(19)군 등 10대 2명에게는 수원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김씨 등은 2018년 9월 8일 오후 경기도 오산시 내삼미동의 한 공장 인근에서 가출팸으로 함께 생활했던 A(당시 17)군을 목 졸라 기절시킨 뒤 집단으로 폭행해 살해하고, 그 시신을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 등은 SNS를 통해 잠자리를 제공해주고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가출 청소년들을 유인해 가출팸을 만들었다. 이후 절도, 대포통장 수집 등 각종 범법 행위를 하도록 강요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선생’, ‘실장’ 등 이름 대신 별명을 사용해 자신들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규칙을 만들어 가출팸을 결성한 청소년들에게 ‘스파링’ 등의 명목으로 가혹행위를 하기도 했다.
김씨 등은 가출팸을 탈퇴하기 위해 숙소에서 돈과 신발을 훔쳐 달아난 A군이 2018년 6월 당시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들과 관련된 진술을 하자 보복살해를 계획, 실행에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숨진 A군의 시신은 9개월이 흐른 지난해 6월 야산의 묘지 주인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경찰은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나선 끝에 지난해 8월 김씨 등 범인을 찾아냈다.
당시 주범인 김씨와 변씨는 각각 구치소, 교도소에 다른 범죄 혐의로 수감 중이었다.
재판부는 김씨와 변씨에게 “피고인들은 사전 공모 후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는 등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사체를 은닉했다”며 “범행 후에는 사체 사진을 찍고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하듯 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 후에도 피고인들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를 추가로 저지르는 등 죄책감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며 “생명 경시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의 부탁을 받고 A군을 유인한 김양 등에게는 “사건 경위로 볼 때 이처럼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리라 예상하기는 상당히 어려웠던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김씨 등에게 구형한 무기징역 및 징역 30년 형보다 낮은 양형을 한 데 대해서는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