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각 지자체의 봄 축제가 속속 취소되는 가운데, 제주들불축제는 계획대로 열린다.
고희범 제주시장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를 검토했으나 아직 우리나라에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나 제주에 확진자가 없어 예정대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고 시장은 “들불축제가 제주 대표 축제이다 보니 도내외에서 문의가 많았다”며 “지나친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 지역경제 위기 회복의 계기로 삼기 위해 고심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올해 제23회 제주들불축제는 오는 3월 13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에서 ‘들불, 소망을 품고 피어올라’를 주제로 계획대로 막을 올린다.
다만 올해는 외국인 참여로 염려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 등 국외 14개 자매결연도시를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
시내권에서 열리는 서막 행사는 축소하고 실내행사인 환영 만찬은 취소하기로 했다. 축제장에서 열리는 전문가 포럼은 장시간 이어지는 행사인 관계로 이번 축제가 끝난 뒤 별도 개최하는 것으로 정했다. 당초 나흘간 열릴 예정이던 축제 일정도 사흘로 조정됐다.
행사장에선 방역을 강화한다. 제주시는 축제장에 의료진을 배치한 현장진료소와 방역대책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천막 등 모든 시설물을 소독하고, 손 소독제를 비치한다. 부스 운영자는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또, 올해만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제주에서는 봄이 되기 전 소와 말의 방목지에 불을 놓아 진드기와 같은 해충을 없애는 들불놓기(방애)를 했다. 불이 탄 재는 거름이 돼 가축에게 먹이기 좋은 풀을 얻는 데에 도움을 줬다.
제주들불축제는 이 같은 옛 제주 목축문화인 방애와 정월 대보름 소원 빌기 의례를 재해석한 제주의 대표 축제로, 완만한 오름에 불을 붙이는 장면이 장관을 연출해 매해 20만명 이상이 축제장을 찾고 있다. 지난해 방문객은 제주시 추산 28만명에 달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제주들불축제를 ‘2020~2021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