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빠르게 소비성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집밥을 고집하는 대신 가정간편식(HMR)을 즐기고, 굳이 김장을 고집하지 않고 포장김치를 사서 먹기도 한다. 소득 수준이 줄고 가정의 형태가 변해가면서 실용 소비에 눈을 뜬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오팔세대’라고 부르며 주목하고 있다.
롯데멤버스는 지난해 엘포인트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4일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은퇴한 부부(1958~1960년생 남성, 1961~1963년생 여성 대상)는 HMR 인당 구매금액과 구매 건수가 2016년에 비해 각각 16%, 1.3회 늘었다. 특히 남성은 인당 HMR 구매금액이 17%, 구매 건수가 1.3회 늘어 여성보다 증가 폭이 컸다.
반면 집밥 빈도는 줄었다. 롯데멤버스는 집밥 요리시 꼭 필요한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소스류 구매 빈도를 분석한 결과 소스류 인당 구매금액이 9.2% 줄고 구매 건수도 0.8회 감소했다고 밝혔다. 은퇴생활자들은 외식 빈도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따르면 50대 부부(2인 가구 기준)보다 60대 부부의 외식(음식) 및 숙박 지출 비중은 3%쯤 적었다. 롯데멤버스는 은퇴생활자들이 외식과 집밥을 모두 줄이며, 대신 간단하게 조리해 먹는 HMR을 선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리서치플랫폼 라임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가 주로 먹는 가정간편식(중복응답 포함)은 냉동식품(80.4%), 즉석밥(48.0%), 탕/국/찌개(34.8%), 전(29.1%), 밑반찬(22.9%) 순으로 나타났다. 가정간편식을 언제 이용하느냐는 설문에는 요리가 귀찮을 때(57.5%), 식사 준비 시간이 없을 때(56.2%), 요리 재료가 없을 때(43.2%), 특별한 메뉴가 먹고 싶을 때(22.4%) 등이 있었다.
이처럼 기존 중장년층 소비는 건강기능식과 취미생활 등 노후를 잘 꾸려가는 데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은퇴 후 생활이 길어진 점을 감안해 생활밀착형·실속형 소비가 느는 추세다. 가사노동에 대한 중장년층의 의식이 빠르게 변화한 것도 주 요인이다. 롯데멤버스는 “베이비붐 세대 아내의 ‘가사 은퇴’가 현실화하면서 직접 재료를 구매해 요리하기보다는 HMR 등을 이용해 간단히 조리해 먹는 집밥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며 “소비 규모 축소에 따라 외식 빈도가 감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꼭 김장김치를 담가 먹는 비중도 줄었다. 티몬은 지난해 11월 포장김치 매출을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고객 비중이 25%로 2016년에 비해 10% 포인트 증가했다고 밝혔다. 티몬은 김장을 담가 먹는 대신 포기김치를 사서 먹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했다.
명절을 앞두고는 장년층이 주로 사용하는 번호안내 11사에 제사음식 배달, 조리제품 테이크아웃, 명절음식 케이터링과 관련된 문의가 급증하기도 했다. KT CS가 2018년~2019년 114 전국 문의호를 분석한 결과, 설, 추석 명절이 포함된 달에 명절음식 관련 문의호가 평월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KT CS 관계자는 “114의 주 고객층인 5060 ‘오팔세대’가 명절음식 구매를 선호하는 신 트렌드가 문의 증가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