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최악의 경우 메르스처럼 풍토병될 수도…“안이함은 우리의 적”

입력 2020-02-14 10:54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나흘째 추가로 나오지 않으며 기존 28명을 유지하고 있다. 확산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4일 “하루, 이틀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안심해선 안된다”면서 “과도한 공포도 불필요하지만 지금 시점에선 ‘안이함’이 우리의 적이 될 수 있다.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 등 여러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코로나19의 상황 진단과 궁금증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Q: 국내는 나흘째 추가 확진자 없는데.
A: 하루, 이틀 추가 환자 없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된다. 정점을 찍었다 말할 수 없다. 28명의 확진자들이 여러 곳 다녀서 다수의 접촉자들이 있고 일부는 자가격리 중이다. 코로나19 최대 잠복기는 14일이다. 여전히 환자가 나올수 있는 상황이다. 또 중국에서 입국자 크게 줄었다고 하지만 감염자 유입 추가로 있을 수 있다.
추가 환자 없는 건 고무적인 일이고 과도한 공포도 피해야 겠지만 안이함은 경계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선 안이함이 우리의 적이 될 수 있다. 비유하자면 복싱 경기에서 점수를 많이 땄다고 ‘얼굴 가드’를 천천히 내리다 ‘불의의 일격’을 당할 수 있다.
국민들은 손씻기, 기침 에티켓 철저히 지키고 방역당국은 추가 감염자 찾아 격리하고 접촉자 추적하고 이런 지루한 싸움을 벌이다 보면 유행이 종식된다. 방역망 꼼꼼히 하고 실수 없이 추가 환자 차단해야 한다. 어차피 바이러스는 숙주인 사람에게 옮겨가지 못하면 환경 속에서 오래 생존 못하고 없어지게 된다.

Q: 기온 올라가면 코로나19 확산 줄까.
A: 입춘도 지나고 온도와 습도가 올라가면서 그런 기대감 있는 게 사실이다.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는 환경내 조건, 즉 온도, 습도, 표면 재질에 따라 24시간에서 7~8일까지 생존한다는 연구들이 있다. 기후 요인에 따라 환경내 바이러스 생존 기간의 단축이 될 것은 분명하다. 환경내 접촉 감염의 빈도가 떨어져 부분적으로 유행 줄이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감염병은 병원체인 바이러스, 숙주인 사람, 환경 요인 이 3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에 의해 출현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봄, 여름이 돼서 기온 습도 올라가면 바이러스 유행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줄 순 있어도 여전히 바이러스와 숙주인 사람과 상호관계는 존재한다. 즉, 바이러스와 숙주의 감염 루트가 차단되지 않으면 유행될수 있고 길어질 수 있다. 만약 환경 요인만 따지면 고온 다습한 열대지역인 싱가포르와 태국 등지에서 감염자가 계속 나오는 이유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
기온, 습도 같은 환경 요인은 부분적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그것만 갖고는 유행이 종식되지 않는다. 즉 바이러스와 숙주인 사람의 상호관계를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바이러스와 거리를 둬야 한다. 즉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유행이 끝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

Q: 코로나19, 계절 유행병 가능성은 없나.
A: 지금은 말할 수 없다. 2003년 중국을 휩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종식되고 더 이상 유행을 안하고 있다. 물론 일부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돼 소수 감염이 있었지만 지역사회 전파는 없었다. 코로나19도 방역 열심히 하고 전세계적인 노력을 통해 사스처럼 사라지고 더 이상 유행을 안하는 긍정적 시나리오가 하나 있을 수 있다.
만약 방역을 잘 못해서 계속 유행하면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 풍토병처럼 계속 발생하고 있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같이 될 수도 있다. 메르스는 낙타라는 중간 숙주를 통해 계속 인체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도 최악의 경우 풍토병처럼 때때로 유행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알수 없다.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 크게는 진원지인 중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빨리 ‘중간 숙주’를 찾아 내서 중간 숙주와 사람간 노출을 차단하면 더 이상 인체 감염은 없고 유행이 끝날 것이다. 그렇지 않고 후베이성 같은 곳에서 살아있는 야생 동물을 보양식으로 계속 먹고 하면 또 다시, 때때로 유행할 수 있다.

Q: 공식 병명 ‘코로나19’에 대한 의견은.
A: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을 ‘COVID-19’로 정했다. CO는 코로나(corona), VI는 바이러스, D는 질병(disease), 19는 처음 발생이 보고된 2019년을 뜻한다.
바이러스 관련 분류법 국제위원회는 또 병원체 이름을 기존 ‘2019-nCoV’에서 ‘SARS-CoV-2’로 변경했다. 유전자 염기서열이 사스와 약 80% 동일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이번 처럼 신종 감염병 이름이 자주 바뀐 적이 없다. 또 딱히 와 닿지도 않는다.

사실 지금까지 신종 감염병은 처음 발생한 지역이나 발견자 등의 이름을 따 병명을 지어왔다. 에볼라는1970년대 아프리카 콩코와 수단 인근 에볼라강에서 갑자기 발생해 이름이 붙었다. 웨스트나일바이러스는 이집트 서 나일강, 지카바이러스감염증은 우간다 지카숲에서 발생해 이름을 따 왔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유행성출혈열은 경기도 한탄강에서 발견된 ‘한탄 바이러스’도 있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스페인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유행해 이름이 비롯됐다. 2009년 신종플루는 처음 멕시코의 돼지 농장에서 시작돼 ‘멕시코 독감’ ‘돼지 독감’으로 한 동안 명명됐다가 멕시코와 농장주들의 거센 항의로 ‘신종 인플루엔자’ 혹은 ‘신종 플루’로 불린다.
신종 플루의 경우 사실 이제는 매년 겨울에 유행하는 ‘계절성 독감’이 됐고 신종이 아니라, 말하자면 ‘구종’인데도 계속 신종이 앞에 붙어 있다.
이제는 WHO가 병명에 따른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특정 지역이나 인물, 집단, 동물을 넣지않고 중립적으로 작명하고 있다. 코로나19 병명 변경에 따른 혼선이 있는 만큼, WHO와 전문기구가 차제에 새로운 감염병 작명과 관련된 통일된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겠다. 신종 감염병은 앞으로도 계속 출현할 것이기 때문이다.

Q: 지금의 치사율을 어떻게 보나.
A: 치사율(치명률)은 사망자 수를 환자 수로 나누고 곱하기 100해서 계산한다. 코로나19의 증상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증상은 피라미드 모양으로 나타나는데, 제일 밑 무증상 단계부터 경증, 중증을 거쳐 제일 위가 사망 단계다.

유행 초기에는 폐렴이나 호흡곤란이 온 중증 환자 위주로 발견되다 보니 치사율 통계에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주로 반영되고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는 잡히지 않는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경우 그래서 초기 치사율이 15%까지 나왔다. 굉장히 공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점차 진단키트가 보급되고 사례 정의가 넓어지면서 경증, 무증상 감염자가 발견돼 치사율 통계에 이들 숫자도 반영돼 치사율이 희석되는 측면이 있다. 중국 외 다른 나라에서는 경증, 무증상 감염자 발견이 늘고 있다. 그래서 유행 초기에는 정확한 치사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없고 유행 수준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 정확한 치사율은 유행이 종식돼야 알 수 있다.
2003년 사스 유행 초기에는 치사율이 20~30%로 높았다가 7월 유행이 끝난 뒤 집계된 치사율은 9.6%였다.
WHO가 집계한 12일 기준 코로나19의 치사율을 보면 중국 전체는 2.5%다. 후베이성 3.2%, 후베이성 외 지역 0.4%, 중국 외 국가(24개국) 0.23%, 세계 전체 합계는 2.5%다.
앞으로 지역사회 감염이나 방역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치사율은 0.23%에서 2.5%의 중간 정도에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인 독감과 코로나19를 1대1로 비교할 순 없다. 매년 겨울에 유행하는 독감의 치사율은 0.01~0.04%이니 코로나19가 독감 보다 사망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사망자 수로 보면 독감이 훨씬 많다. 미국의 경우 연간 5만~8만명, 한국도 매년 2000명 정도가 독감 폐렴으로 죽는다.
다만 독감은 예방 백신와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와 있지만 코로나19는 개발돼 있지 않아 단순 비교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중국 보다 병원 문턱이 낮고 의료 수준도 높아 중국 만큼의 치사율이 나오진 않을 것이다.

Q: 국내 환자 7명 완치돼 퇴원했다. ‘심한 독감’ 수준이라는데.
A: 국내 환자 28명 대부분이 30~50대로 젊고 비교적 건강했다. 퇴원하며 일부 환자는 ‘심한 독감 수준’이라고 했는데 맞는 것 같다. 일부 환자에서 페렴이 있긴 하지만 발열과 인후통, 온몸 근육통, 피로감 등 독감과 증상 구분이 안 된다.
일부는 에이즈 치료에 쓰이는 항바이러스제 ‘칼레트라’를 투약해 증상이 개선됐다. 향후 에이즈 치료제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확보돼야 하겠지만 다행히도 이 약을 쓴 환자 모두 회복됐다. 단, 만성 질환자나 면역 저하자, 고령자 등은 코로나19에 걸리면 중증 폐렴으로 갈 수 있다. 여전히 경계심을 갖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Q: 치료제 없이 자가 면역으로 치료 가능한가.
A: 신종 감염병은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환자 자신의 면역시스템으로 바이러스와 전투에서 이겨내야 한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상당히 정교하다. 호흡기 점막에 있는 자연 면역 시스템, 림프구‧백혈구 같은 면역세포들(일종의 전투 군인), 인터페론 등 인체내 항바이러스 물질, 항체 이런 면역 시스템이 튼튼한 사람은 바이러스에 걸려도 약하게 앓고 지나가거나 잘 회복할 수 있다.
몸의 면역 시스템은 음주, 흡연, 과로, 스트레스로 약화된다. 평소 면역력을 높이려면 이런 나쁜 습관들을 버려야 한다.

Q: 백신 개발과 상용화 시기는.
A: 속단할 수 없다. 보건당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리·배양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분양하기로 했다. 많은 연구자들이 백신 개발의 시동을 걸고 있는데, 개발과 상용화 시기는 알 수 없다.
신종 바이러스가 인체 감염되는 기전과 면역시스템의 바이러스 중화 및 방어 메커니즘, 바이러스의 어떤 부분이 폐렴을 일으키고 치사 수준의 병독성을 나타내는지 등에 대한 기초 연구가 어느 정도 돼 있어야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본격 착수할 수 있다. 백신의 경우 어느날 뚝딱 개발되지 않는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얘기는 신종 감염병이 등장할 때마다 나왔던 얘기다. 그 때마다 아쉬운 점은 국내 신종 감염병과 바이러스에 대한 기초연구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평상시 연구개발(R&D)에 투자가 돼 있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연구자를 찾기 힘들다. 새로운 백신 개발에는 10~15년 걸리고 1조원 가까운 돈이 든다. 연구를 찔끔찔끔하면 안된다. 평상시 기초 연구가 돼 있어야 그게 발판이 돼서 빨리 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신종 감염병이 출현하거나 유행할 때만 투자하겠다고 하고 종식되면 잊어버리고 흐지부지된다. 제약사나 바이오기업도 돈이 되는 경우에만 백신 개발에 뛰어든다. 이번 기회에 항바이러스제, 백신 개발을 위한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밑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