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환매중단 펀드 1조원이 반토막으로…“전액 손실도”

입력 2020-02-14 10:31 수정 2020-02-14 15:12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1조6700억원 규모 사모펀드 가운데 1조원대 규모가 반 토막이 났다.

또 남은 금액 가운데서도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대출을 해준 증권사들이 자금을 먼저 회수해가면 일부 투자자들은 원금을 전부 날리게 됐다.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은 14일 보도자료를 내 이달 18일 기준 2개 모(母)펀드의 전일 대비 평가금액이 ‘플루토 FI D-1호’(작년 10월 말 기준 9373억원)는 -46%, ‘테티스 2호’(2424억원)는 -17% 수준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이 기준가격 조정은 삼일회계법인이 작년 11월부터 3개월여간 진행한 펀드 회계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에서 평가한 결과다.

환매 중단을 선언하기 전인 작년 9월 말 대비 순자산가치(NAV) 손실률은 플루토가 49%, 테티스가 30%에 달한다.

라임의 환매 중단 펀드는 소수로 설정된 모펀드에 100여개 자(子)펀드가 연계된 ‘모자형 펀드’ 구조를 취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가입한 각 자펀드의 손실률은 차이가 있다.

라임은 모펀드만 편입하고 있는 자펀드 가운데 증권사의 TRS 대출금을 사용한 경우에는 모펀드의 손실률에 레버리지(차입) 비율이 더해져 기준가가 추가로 조정된다고 밝혔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대출 개념으로, 증권사는 1순위 채권자 자격을 갖게 돼 펀드에 들어간 금액을 투자자들보다 먼저 회수해갈 수 있다.

라임은 “‘AI스타 1.5Y’ 3개 펀드(종전 472억원 규모)는 모펀드 기준가격 조정에 따라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며 이 펀드들이 문제의 모펀드만 편입하면서 TRS 레버리지 비율이 100%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펀드와 함께 다른 자산을 편입한 자펀드의 경우에는 모펀드 기준가격 조정과 다른 개별 자산의 기준가격 조정을 같이 반영하게 되고, 이 가운데 TRS를 사용한 자펀드는 역시 레버리지 비율이 추가돼 손실이 더 커진다.

이런 예로 TRS가 사용된 ‘AI프리미엄’ 2개 펀드(197억원)는 손실률이 61∼78%, 그 외 24개 펀드(2445억원)는 손실률이 7∼97%로 산정됐다.

라임은 이 펀드들의 환매대금 지급 방식을 작년 10월에 정한 환매 신청 순서대로가 아니라 수익자의 보유 지분에 따라 지급하는 ‘안분 배분’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개 모펀드 가운데 종전에 환매 1순위 투자자들을 위한 환매대금 미지급금으로 설정돼 이번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금액이 기준가격 조정에 다시 반영될 수 있다며 이를 포함하면 플루토는 약 3%, 테티스는 약 2% 정도 손실률이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라임은 현재 회계 실사를 받고 있는 ‘플루토 TF 펀드’(무역금융펀드)에 관해서는 “기준가격이 약 5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무역금융펀드는 케이맨 소재 펀드(이하 ‘무역금융 구조화 펀드’)에 신한금융투자의 TRS 대출금을 사용해 담보금 대비 2배 이상의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한 펀드다.

이후 무역금융 구조화 펀드가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으킨 미국 헤지펀드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를 포함한 여러 펀드의 수익증권을 싱가포르 소재 회사에 매각하는 대가로 5억 달러의 약속어음을 받았으나 IIG 펀드가 공식 청산 단계에 들어가는 바람에 1억 달러(한화 1183억원)의 원금이 삭감됐다는 것이 라임 측의 설명이다.

IIG는 헤지펀드 손실을 숨기고 최소 6000만 달러 규모의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하는 등 증권사기 혐의로 작년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등록 취소와 펀드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받았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