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문제 삼은 것은 지난달 29일 경향신문에 게재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민주당은 이 칼럼이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나 반대를 할 수 없도록 한 선거법 조항을 위반한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단순히 ‘민주당 이러면 총선에서 못 이긴다’ 정도의 비판이 아니라 제목부터 내용까지 민주당을 빼고 투표하자고 한 것”이라며 “검토 결과 선거법 위반 소지가 너무 명백하다고 해서 원칙대로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고발 사실을 알린 뒤 “노엽고 슬프다”며 “민주당의 작태에 화가 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 지난 지금의 한국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고 적었다. 임 교수는 “선거는 개개 후보의 당락을 넘어 크게는 정권과 정당에 대한 심판”이라며 “선거 기간이 아니더라도 국민은 정권과 특정 정당을 심판하자고 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선거의 이름을 빌리더라도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총선승리는 촛불혁명 완성”이라고 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지난해 발언과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판 실마리가 됐던 ‘열린우리당의 압도적 지지’ 당부 발언 등을 소개했다. 이어 2000년과 2016년에 벌어졌던 시민단체의 낙선 운동 사례 등을 열거했다. 임 교수는 “선거법 58조 ‘선거운동’의 정의는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후보자의 특정 여부를 선거운동의 요건으로 삼고 있다”며 “그래서 헌재는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위반은 인정했지만 ‘후보자의 특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한 것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전직 판사가 얼마 전까지 대표로 있던 정당이 이런 유명한 판례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 왜 고발했을까. 위축시키거나 번거롭게 하려는 목적일 텐데 성공했다. 살이 살짝 떨리고 귀찮은 일들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문제 삼은 칼럼에서 임 교수는 정권과 검찰 간의 갈등, 이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을 거론하며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임 교수는 “정권 내부 갈등과 여야 정쟁에 국민의 정치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정부와 여당의 행태를 지적한 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에 이어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 파동 등을 겪으면서 임 교수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 인사들의 민주당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국 사태 당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시작으로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등이 비판 대열에 가담했다. 최근에는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등이 공개적인 비판 발언을 내놓았다. 이번 민주당의 고발 조치로 촛불혁명 직후 치러진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진보 진영의 이탈이 가속화될 조짐이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를 고발하라”며 “나도 임 교수와 같이 고발당하겠다. 리버럴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적었다. 김 전 집행위원장도 “나도 고발하라”며 “임 교수의 한 자, 한 획 모두 동의한다. 나도 만약에 한 줌 권력으로 고발한다면, 얼마든지 임 교수의 주장을 한 자 한 획 거리낌 없이 반복하겠다”고 밝혔다.
김나래 신재희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