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탈세 ‘천태만상’…아빠 찬스로 고가 아파트 ‘꿀꺽’한 30대

입력 2020-02-13 17:09
고가 전세 보증금 편법 증여 사례. 자료 국세청

변칙 거래로 고가의 부동산을 취득했거나 고액의 전세자금을 편법 증여한 혐의로 325명이 세무조사를 받는다. 소득에 비해 과도한 수준의 고가 부동산을 소유한 30대 이하가 4명 중 3명 꼴이다. 초등학생부터 무직자까지 ‘아빠 찬스’를 활용한 이들의 탈세 수법도 다양하다.

국세청은 부동산 탈루 혐의가 있는 361건의 세무조사에 돌입한다고 13일 밝혔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이 1~2차에 걸쳐 조사한 서울 지역 의심 사례 중 173명을 포함했다. 여기에 자체 조사 결과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고가 주택 취득자(101명)와 고액 전세입자(51명), 부동산 법인(36곳)을 더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이어 6개월 사이 3번째 조사에 나섰다.

이번 조사는 30대 이하에 초점을 맞췄다. 법인을 제외한 개인 325명 중 240명(73.8%)이 소득에 비해 과다한 수준의 부동산을 갖고 있었다. 재력가인 가족에게서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를 받아 아파트·상가를 취득하는데 활용했다. 지방에서 자영업을 하는 30대 A씨는 거액의 전세 보증금을 끼고 서울에 고가 아파트를 구입했다. 전세금을 제외한 자금은 가족에게서 받았다. ‘현금 창고’는 할머니와 부친이었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를 내지 않아 덜미를 잡혔다.

고액의 전세 자금을 편법 증여 창구로 활용한 사례도 눈에 띈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 B씨는 부친 명의의 고가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 중이다. 부친은 이 집을 팔면서 전세 보증금을 차감한 잔금만 받았다. B씨가 전세를 뺀다고 하면 새로운 집주인이 고액의 전세 보증금을 내어 줘야 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국세청은 이를 편법 증여로 보고 억대의 증여세를 추징키로 했다.

연이은 고강도 세무조사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겠다는 정부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부지방국세청은 ‘변칙 부동산 거래 탈루 대응 태스크 포스(TF)’를 설치·운영하며 상시 대응 체계도 갖췄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부동산 관련 세금 탈루 행위는 경기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