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 대형 농성천막 다 철거됐다

입력 2020-02-13 16:44 수정 2020-02-13 16:53
종로구청 관계자와 용역 직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 설치돼 있던 시위 천막들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앞 효자로 인도를 수개월간 차지하고 있던 불법 집회 천막이 모두 치워졌다. 농성 천막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쓰레기로 잠을 설치던 주민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부근에 설치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9개 단체의 불법천막 11개동과 집회 물품을 행정대집행으로 철거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집행에는 공무원과 경찰, 소방 인력 1632명과 차량 15대가 동원됐다. 일부 단체 관계자들이 천막 철거에 항의했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해온 범국민투쟁본부는 지난해 10월 3일 이곳에 천막을 설치해 133일간 농성을 진행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취소 약속을 이행하라”며 지난해 5월 29일부터 8개월 넘게 자리를 지켜왔다. 이외에도 이석기 전 의원 석방부터 국가보안법 철폐까지 제각기 주장을 담은 천막들이 여럿 있었다.

서울시는 “집회 주최 측이 도로를 장기간 불법 점용하며 주민들의 생활권을 침해했다. 여기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며 감염병 전염에 대한 우려까지 나왔다”며 행정대집행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종로구청은 철거를 마친 후 청소와 함께 코로나19 방역 작업을 시행했다.

종로구청 살수차와 방역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행정대집행으로 각종 집회 천막이 철거된 후 소독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서울시는 철거명령과 행정대집행 계고를 통해 천막의 자진 철거를 유도했지만 단체들이 응하지 않았다. 행정대집행에 들어간 1억원 가량의 비용은 각 집회 주체에 청구할 방침이다. 한기총 등 일부 단체는 서울시의 천막 철거에 강력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주민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기태 세종마을가꾸기회 대표는 “집회 참가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상주하면서 대로변에 용변을 보고 침을 뱉어 불편이 컸다”며 “소음이나 통행, 위생 문제가 한결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주최 측이 단기간에 천막을 재설치하지 못하도록 경찰과 협조해 열흘 정도 현장에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앞으로도 불법 천막에 대해서는 시민 불편 해소와 질서 확립을 위해 적법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