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새 광화문광장, 완성도 대신 속도 잡는다

입력 2020-02-13 16:34 수정 2020-02-13 16:51
새 광화문광장 형태에 가까울 것으로 보이는 현재 광화문광장에서의 한 집회시위 모습. 광장 북측과 경복궁 남측 사이 사직로 10차선과 광장 동쪽 세종대로 5차선이 차로로 남아 있고, 나머지 공간은 광장처럼 메워져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안이 정부와 주민반발에 막혀 축소됐다. 애초 계획은 광장 북쪽 사직로를 광장으로 메워 경복궁~광화문광장을 끊김 없이 이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직로가 없어지면 교통대란이 일어난다’는 주민 우려와 ‘정부종합청사 주차장과 어린이집터가 침해받게 될 것’이라는 행안부 반발에 부딪혀 뜻을 접게 됐다.

단 사직로 유지 방침에 따라 이해관계자 반발이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업 추진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새 광장의 완성도를 포기하는 대신 사업 재개에 나선 셈이다. 애초 해당 사업은 2018년 4월 본격 추진됐다가 지난해 9월 주민·행안부 반발에 막혀 무기한 연장됐다.

서울시는 14일 새 광화문광장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경복궁과 광장 사이를 갈라놓는 사직로를 차로로 보존한다는 내용이다. 애초 경복궁·광장 사이 사직로 10차로를 모두 광장으로 바꾸고 대신 정부서울청사~의정부터 아래 6차로 차로(U자 우회로)를 우회로로 만들 계획이었다.
2018년 4월 발표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안. 경복궁과 광장이 붙어있고,광장이 역사광장과 시민광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서울시 제공.

새 계획안에선 사직로를 남기는 대신 U자 우회로는 광장으로 조성한다. 결국 사직로 10차로 너비만큼의 광장이 U자 우회로 6차로 너비 광장으로 바뀌는 셈이다.

광장의 전체적인 모양도 바뀐다. 애초 U자 우회로를 가운데 둔 위쪽 역사광장과 아래쪽 시민광장 두 개의 광장으로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서로 붙어 있는 ㄱ자 모양 광장으로 조성하게 됐다. 경복궁과 역사광장을 붙이려고 했지만, 사직로를 사이에 두고 떨어진 현 모습을 유지하게 됐다.

광장의 ‘경복궁 밀착’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면서 경복궁으로부터 남쪽으로 쭉 뻗어나가는 ‘조선시대 주작대로(육조거리)’ 복원 계획은 틀어졌다. 애초 서울시는 주작대로 복원을 ‘국가 상징축 완성’이라며 의미를 부여했었다. 진 부시장은 “광장과 경복궁과 분리됐다면 ‘대로’로 보긴 어렵다”며 “당장은 광장에 머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4월 발표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안. 경복궁과 광장이 붙어있고,광장이 역사광장과 시민광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역사광장과 시민광장 사이로 U자 우회로가 보인다. 서울시 제공.

기존 사직로 자리에 설치하려고 했던 새 광화문광장의 상징물 ‘월대(궁궐 앞에 설치하는 넓은 기단)’ 복원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시는 일단 “문화재청과 논의해 복원 시기, 방법을 결정하겠다”고만 말했다.

공사 규모와 총 광장 면적은 줄어들 예정이다. 진희선 행정2부시장은 “사직로를 유지하고 해당 지하공간 개발을 최소화하면 사업비·면적이 소폭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기간은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추진 계획은 올해 1월 착공, 2021년 5월 완공으로 약 17개월이 소요될 예정이었다. 진 부시장은 “착공·완공 시점은 기존 계획안 설계자, 전문가들과 논의해 결정할 계획”이라며 “사업 기간은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직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주민과 행안부가 반대할 명분은 사라진 상태다. 진 부시장은 “(새 광화문광장의) 얼개를 정하는 단계에서 시민소통은 정리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주민을 달래기 위한 여러 대책도 준비했다. 대표적인 게 집회·시위 피해 방지책이다. 서울시는 오는 4월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시위가 열리더라도 광장 옆 세종대로 5차로에서 버스가 양방향으로 다닐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집회·시위 소음 규제를 위한 집시법 개정도 건의한다.

새 광화문광장 계획안이 발표되자 ‘박원순 시장이 임기 내 사업을 마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기존 계획을 뒤엎으면서까지 사업을 서두른다는 것이다. 사직로 유지에 따른 공사 단축 효과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오는 5월까지만 착공하면 완공은 임기 내인 오는 2021년 연말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진 부시장은 “시기에 연연하지 않고 시민 목소리에 맞춰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