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악재가 금융과 부동산 시장 위축 우려로 번지는 가운데 매매 및 분양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부동산 시장 영향력을 비교분석한 결과 단기 위축 정도의 여파가 있었을 뿐 정부 정책 방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114가 2015년 5월부터 12월까지 메르스 감염병 당시 주택시장 추이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5월에서 6월 중순까지 메르스 확진자가 단기간 100명 이상 급속히 늘어났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승세가 소폭 둔화되거나 분양물량이 전년 대비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수준에 불과했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정부 주도로 금융, 청약, 공급, 재건축 등을 총 망라한 규제 완화 정책이 추진되던 시기로 현 정부 정책 기조와 유사한 상황이었다. 규제 완화 영향으로 대세 상승기에 진입하던 시점으로도 볼 수 있는데 총선을 앞둔 올해 상황과도 겹치는 맥락이 존재한다. 더구나 13일 현재 28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코로나19는 메르스와 비교하면 치사율과 확진자 수가 현저히 낮다. 국내 혼란이 메르스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로 확산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해 12.16대책 발표 후 서울 지역 고가주택과 재건축 중심으로 호가가 떨어지며 가격 상승세가 크게 둔화됐다. 강남3구가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등 이미 신종 코로나이전 정부 정책에 더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최대 변곡점인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선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건설사와 조합 입장에서 2~4월 사이에 공급을 최대한 앞당겨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염려가 대세 공급장에 지장을 줄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이날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매매가격은 0.14%, 전세가격은 0.10% 상승해 시장위축 우려에도 불구 상승폭이 오히려 확대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한동안 움츠러들던 서울 매매시장 역시 0.01%로 전주와 동일한 상승률을 보이는 등 답보 혹은 정체 분위기다. 오히려 경기남부를 중심으로 수도권 부동산은 전주 0.13%에서 금주 0.23% 올라 가격 상승폭이 한층 커졌다. 풍선효과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상황인 만큼 코로나19 확산보다는 정부가 수도권 타격을 겨냥해 내놓을 추가대책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결과적으로 (메르스 때도) 질병보다 정부 정책이나 저금리 시장 환경이 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미쳤다”며 “일시적으로 주택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순 있겠지만 전반적 가격 흐름이나 수요층의 내 집 마련 심리를 훼손시키기는 어려워보인다”고 분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