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형편 없다” 10대 소녀 비난에 프랑스 ‘발칵’

입력 2020-02-13 15:29

프랑스의 10대 청소년이 이슬람교를 모욕하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무슬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살해 협박 등 도를 넘는 비난이 쏟아지자 프랑스 당국은 그를 전학토록 조치하고 경찰관을 파견하는 등 신변 보호에 나섰다. 급기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까지 나서 신성모독은 범죄가 아니며 청소년을 겨냥한 극단적 비난을 삼가라고 촉구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중부 리옹 근교에 거주하는 16세 여고생 밀라는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동영상에서 무슬림들을 향해 “당신들의 종교는 형편없다”고 말했다. 밀라가 앞서 올렸던 동영상을 두고 일부 무슬림 네티즌이 성적 모욕을 포함한 노골적인 비난을 퍼부어대자 홧김에 벌인 일이었다.

밀라의 행동은 거센 반향을 일으켰다. 자신들의 종교가 모욕당했다고 생각한 무슬림들은 밀라의 소속 학교 등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하고 살해 위협 메시지를 보냈다. 격분한 무슬림들이 학교까지 찾아와 밀라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자 교육 당국은 학교를 옮기도록 조치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밀라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관을 파견했다.

여기에 더해 니콜 벨루베 법무장관이 살해 협박은 잘못이지만 밀라 역시 경솔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 벨루베 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살해 협박은 용인할 수 없다”면서도 “종교 모욕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각한 행위”라고 말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프랑스 법률은 특정 종교를 믿는 개인을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할 뿐, 종교적 상징을 모욕하는 것은 용인하기 때문이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이 진화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지방지 르 도피네 리베레와의 인터뷰에서 “신성모독은 범죄가 아니다”며 “우리는 종교를 희화화하고 풍자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논쟁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은 밀라가 청소년이라는 사실”이라며 “청소년은 학교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신성모독을 둘러싼 논쟁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프랑스는 정교분리 원칙을 헌법에 명기한 세속 국가이면서도 무슬림 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무슬림 인구 증가에 따라 정교분리와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근본적 원칙 사이의 마찰도 잦아졌다. 2015년에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했다는 이유로 테러를 받아 기자와 만화가 등 12명이 숨지는 사건도 벌어진 바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