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도 덕후라서 그랬어요”…지하철 롤지 훔치고 다닌 10대들

입력 2020-02-13 14:58
4호선에 설치된 지하철 롤지(측면 행선기)의 모습. 유튜브 캡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전동차에 부착된 롤지(측면 행선기)를 여러 대 훔친 10대 청소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하철 롤지를 훔친 이유로 “철도를 너무 좋아해서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10개에 달하는 지하철 롤지를 훔친 혐의(절도)로 정모(15)군 등 5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기소 의견 여부를 결정해 조만간 검찰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군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A씨(19)와 함께 4호선 당고개행 열차에 탑승해 열차 안쪽에 설치돼 있는 롤지를 드라이버로 뜯어 훔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하철 승객이 적은 시간대에 롤지를 훔쳤고, 범행 과정에서 서로 망을 봐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등에 따르면 정군과 A씨 외 3명도 1호선과 4호선의 다른 역에서 비슷한 수법의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말 시민 제보를 받고 군자차량사업소에 들어오는 열차 중 여러 대의 롤지가 사라진 사실을 확인,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피의자 5명이 모두 학생인 점을 고려해 방학 기간인 지난달부터 조사에 들어갔다.

정군은 범행 이유에 대해 “평소 철도와 지하철에 관심이 많아 롤지를 갖고 싶어서 ‘철도 덕후’끼리 모여 훔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어차피 사용 가치가 떨어진 롤지를 소장하려는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면서 롤지가 설치된 부분이 가려짐에 따라 사실상 사용 가치가 없는 것은 맞지만, 무단으로 공공 물품을 가져간 것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며 “비슷한 범행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범행으로 인한 피해 금액에 대해선 “원래 폐기해야 하는 물건이라 정확한 피해액은 따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