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5개국서 거부한 크루즈선 입항 허용

입력 2020-02-13 13:47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가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항구로 다가가고 있다. 웨스테르담호는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자국 항구 정박과 승객 하선 허가를 받았다. AFP=연합뉴스

승객과 승무원 2200여 명을 태운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가 13일 오전 캄보디아 남서부 시아누크빌항에 입항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전날 웨스테르담호의 자국 항구 정박과 승객 하선을 허가했다. 웨스텔담호는 지난 1일 기항지인 홍콩에서 출항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5개국에서 잇따라 입항이 거부돼 바다에서 2주간 표류해왔다.

캄보디아가 인도주의 차원에서 크루즈선 입항을 허용한 것에 대해 선사인 홀랜드 아메리카는 1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캄보디아 당국으로부터 모든 허가를 받았다”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언론 브리핑에서 “이것은 우리가 지속해서 촉구해온 국제적 연대의 한 사례”라고 높이 평가했다.

캄보디아 정부가 크루즈선의 입항을 전격 허용한 것은 훈센 총리의 의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훈센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와 경제적 타격 등을 고려해 중국 직항노선 운항 중단에 반대했으며,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에 있는 유학생 등 자국민을 철수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훈센 총리는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하겠다고 공언했다가 중국 측의 입장을 받아들여 지난 5일 베이징을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하기도 했다.

훈센 총리는 또 지난 11일 “코로나19보다 최악인 것은 차별”이라며 “캄보디아 국민이 질병에 걸렸다고 다른 나라에 있는 상점 입장이 거부되면 기분이 어떻겠냐? 중국인도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시아누크빌항에 정박한 웨스테르담호의 탑승객은 크루즈선에서 내리기 전 철저한 검역을 받을 예정이다.

선사 측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캄보디아 보건팀이 먼저 크루즈선에 올라 탑승객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한 뒤 배에서 내리는 절차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전했다.

현지 일간 크메르 타임스는 보건팀이 탑승객들에게서 혈액 등 샘플을 채취해 정밀 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탑승객들이 크루즈선에서 내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밀 검사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으면 탑승객들은 전세기편으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으로 이동한 뒤 항공기를 이용해 각자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