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과 성폭력 문제 등으로 홍역을 치른 체육계가 여전히 온정주의에 물들어 솜방망이 처벌을 남발하는 등 각종 비리·비위 행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13일 발표한 ‘국가대표 및 선수촌 등 운영·관리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산하 기관인 대한체육회가 2016년 3월 ‘스포츠공정위원회규정’을 제정하면서 성폭력 등 주요비위에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징계 감경이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놔두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성퐁력 등으로 처분한 104건 중 33건이 징계양정 기준 하한보다도 낮은 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문체부는 성폭력 관련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중징계하고, 감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2016년 1월 발표했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셈이다.
운동부 지도자의 비위사실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폭력 등으로 제명당한 인사가 다른 체육단체에서 계속 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2016년 12월 장애인수영연맹으로부터 폭력을 사유로 제명당한 A씨는 2년도 지나지 않은 2018년 5월 대한수영연맹에 코치로 등록해 계속 활동했다. 감사원은 A씨처럼 기존 단체에서 제명당한 비위지도자 등 4명이 체육단체를 옮겨 복귀하는 유사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한체육회가 2014~2018년 징계한 지도자 가운데 성폭력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체육지도자 가운데 자격증 취소 또는 정지 처분이 필요한 지도자는 9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15명은 감사원 감사가 진행됐던 지난해 5월까지도 학교 등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중·고 운동부 지도자의 비위 사실을 체육단체에 통보·제재하는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이로 인해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발생한 운동부 지도자의 비위 사실 173건 중 88%는 상급기관에 통보되지 않았다. 또 통보된 21건 가운데 10건도 지난해 5월까지 징계처분 등 조사나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체부가 2014년부터 운영해온 ‘스포츠비리신고센터’는 신고된 스포츠비리 내용을 5년 가까이 조사하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신고센터는 2014년 7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접수된 총 10건의 비리 신고사항을 방치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7건은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도 징계 요구 없이 종결처리를 하기도 했다.
이면계약 등을 통해 국가보조금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사례도 있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의 한 임원은 귀화선수와 외국인코치 9명의 한국계좌를 직접 관리하면서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 등 3억11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 이 연맹의 한 직원은 외국인 코치에게 지급해야 할 훈련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6500여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했다가 적발됏다.
대한카바디협회는 2014년 국가대표의 촌외훈련용 숙소로 오피스텔을 월 1785만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이 협회는 실제로는 월 임대료 780만원의 이면계약을 체결, 3년간 2억4200만원의 차액을 반환받아 그 중 1억9400여만원을 협회 운영비 등으로 집행했다.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진촌선수촌의 출입관리도 부적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진천선수촌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191명이 보안카드를 대지 않고 선수촌을 드나들었고, 보안카드 발급 전 사용하던 기존 출입증을 제대로 회수하지 않아 신원 미확인자가 183회에 걸쳐 선수촌에 출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선수촌에 설치된 무인발급기는 간단한 개인정보만 입력하면 타인이 보안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구조라 지난해 2월 이를 악용한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여성 숙소에 무단출입했다가 적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