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확산세가 주춤해지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누적 확진자가 하루 사이 1만4000명 이상 폭증해 중국 정부의 고무줄 통계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진단 공백 및 지역사회 감염을 미리 예방하고 환자의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임상 진단’ 항목을 추가하면서 확진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진·사망자 통계를 믿을 수 있겠느냐는 불신이 여전하다.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는 13일 0시 현재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 전체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4만8206명, 사망자는 1310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날보다 신규 확진자가 1만4840명, 사망자가 242명 늘어난 것이다. 후베이성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루 전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발병지인 우한의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만 각각 1만3436명과 216명이었다.
후베이성 확진자 통계에는 ‘임상 진단’을 통한 확진자가 1만3332명 새로 포함됐다. 또 우한에서 ‘임상 진단’을 통해 134명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로 새로 집계됐다. 후베이성은 의심 환자와 임상 진단 환자, 확진 환자로 구분해 발표하기로 했다.
후베이성은 신규 확진자가 늘어난 데 대해 “임상 진단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확진자 수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라며 “이는 환자들이 조기에 코로나 확진자와 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각종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못받은 사람들 가운데 증상이 코로나19와 비슷한 환자를 의사가 임상 진단을 통해 확진 환자에 포함시킴으로써 제대로 된 치료를 조기에 받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주춤하던 중국 전체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수도 큰 폭으로 늘었다. 아직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후베이성 통계만 포함해도 누적 확진자는 5만9000명, 사망자는 1350명을 넘어섰다.
앞서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2일 0시 현재 전국 31개 성·시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4만4653명, 사망자는 1113명이라고 발표했다. 확진자는 하루 전보다 2015명, 사망자는 97명 증가했지만, 확진자·사망자 모두 증가세가 주춤해지면서 사태가 진정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를 낳았었다. 하지만 하루 만에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전망을 놓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후베이성은 확진자 증가에 대해 “기존의 의심환자를 모두 새로 조사해 확진자 수를 정정했다”며 “앞으로 신규 진료 환자는 모두 새로운 진단 방식으로 확진 여부를 분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의 쩡광 수석과학자는 ‘임상 진단’에 따른 확진자 증가에 대해 “실험실에서 확진을 하지 못했거나 핵산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지만 의사 판단으로 코로나 증세가 맞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러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지 않는 환자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임상 진단을 통해 이들을 새로 확진자로 포함시키면 조기 격리조치가 가능해 환자 본인과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산정 방식을 바꾸는 중국 통계를 믿을 수 있겠느냐는 불신이 커지고 있다.
발병지 우한에서는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의료시설과 이들을 치료할 의료진 인력이 크게 부족해 여전히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또 지금까지 코로나19 증세를 보이지만 확진 판정을 받지 못한 채 숨진 환자들을 단순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기록하는 등 발표된 통계보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훨씬 많을 것이란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