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PD수첩’이 12일 아파트 매입자를 무주택자처럼 꾸며 방송했다는 조작 논란을 사실상 시인하며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편집은 인터뷰 당사자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전날 PD수첩 ‘2020 집값에 대하여 3부’에서는 최근 정부의 서울 아파트값 규제로 경기도 남부 집값이 폭등하는 현상을 다뤘다. 방송에는 이런 문제들로 아파트를 사기 어려운 젊은 세대로서 서울 용산구에 전세로 거주 중인 20대 여성 A씨의 인터뷰가 담겼다. “이 집을 샀으면 1억2000만원이 올랐을 텐데”라는 말 등에서 A씨는 집을 사지 않아 후회하는 무주택자처럼 표현됐다.
그런데 방송 직후 인터넷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는 A씨가 실제로는 매매가가 약 9억원에 달하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를 산 유주택자라는 주장이 이어졌다. A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한 단체대화방의 캡처 화면이 올라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PD수첩 제작진은 공식 입장을 내고 “취재 중 A씨가 인터뷰 하루 전 소형 아파트 매수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지불했다는 점을 인지했다”며 문제를 일부 인정했다. 다만 A씨의 아파트 계약 사실 편집은 당사자 부탁에 따른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제작진은 “A씨는 등기가 이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파트가 노출될 경우 계약이 파기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