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성향 바이든 ‘몰락’ 수혜자…중도 표심 결집 기대
‘신(新) 양강’ 샌더스·부티지지, 외연 확장엔 의구심
4000억원 넘는 자금, TV·인터넷 광고에 쏟아 부어
블룸버그 데뷔전인 3월 3일 ‘슈퍼 화요일’ 이후 경선 윤곽
‘트럼프 대항마’를 뽑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다크호스가 있다. 재산 555억 달러(65조 3000억원)로 세계 12위 갑부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블룸버그 전 시장이 민주당원들의 스포트라이트와 다른 후보들의 비판을 함께 받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다른 민주당 후보들에 비해 한참 늦은 지난해 11월 24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래서 블룸버그는 민주당의 초반 경선 4개를 건너뛰기로 결정했다. 3월 3일 14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실시되는 ‘슈퍼 화요일’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의 뒤늦은 출발에 대해 선두주자들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WP는 3개월 후가 지난 지금 블룸버그는 잭팟(거액의 상금)을 앞두고 있다고 표현했다. 블룸버그는 ‘슈퍼 화요일’에 데뷔전을 치르지만 상황이 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게 가장 호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몰락이다. ‘대세론’을 앞세웠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중도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중도를 표방하는 블룸버그 입장에서 바이든의 추락은 중도 표를 독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최종 결과를 보면, 중도 성향의 부티지지(24.4%),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19.8%), 바이든(8.4%)의 득표율을 합하면 52.6%로 과반이 넘는다. 반면 진보 성향의 샌더스(25.7%)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9.2%)를 더하면 34.9%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더 많은 상황에서 표만 결집된다면 경선 판도를 뒤엎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이유다.
과감하게 불출마를 결정했던 민주당의 첫 경선 아이오와 코커스가 개표 지연 논란으로 망가진 것도 블룸버그의 행운 중 하나였다고 WP는 지적했다.
민주당 경선의 1·2차전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각각 1승을 나누어 가진 것도 블룸버그에겐 나쁘지 않은 결과다.
샌더스와 부티지지는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표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받고 있다. 샌더스는 78세의 고령과 급진적인 성향이 약점이다. 부티지지는 미국 중서부 소도시(사우스벤드)의 시장 재선 경력이 전부인데다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부담스럽다.
블룸버그는 2월에 실시된 민주당 경선 여론조사에서 11∼17%의 지지율을 보이며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WP는 민주당 경선 구도를 재편할 수 있는 블룸버그의 잠재력은 민주당 경쟁자들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제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막대한 자금력도 큰 힘이다. ‘억만장자’ 블룸버그는 출마 전에 5억 달러(5900억원) 이상을 선거전에 쓸 수 있다고 공언했다. WP는 지금까지 블룸버그는 3억 4400만 달러(4060억원)을 썼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TV와 인터넷을 통해 엄청난 정치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표적이 됐다. 샌더스 진영은 “우리는 선거 결과를 살 수 있는 억만장자를 갖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가 믿는 정치가 아니다”라고 블룸버그에 공세를 취했다.
인종 차별 논란도 불거졌다. 블룸버그가 뉴욕시장 시절이었던 2015년 “살인의 95%가 전형적인 특징이 있다”면서 “그들은 16∼25세의 남성이며 소수민족”이라고 말했던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블룸버그 진영은 20명의 흑인 목사들과 함께 낸 공동 성명에서 “블룸버그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또 루시 맥베스 하원의원 등 흑인의원 3명의 지지를 끌어냈다.
민주당은 22일 네바다 코커스,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가 뛰어드는 ‘슈퍼 화요일’ 이후 경선 판세가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