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인천으로 오는 네덜란드 국적기 ‘KLM’에서 탑승한 A씨는 항공기 뒤편 화장실 앞에 꽂힌 메모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꾸깃꾸깃한 종이에는 한글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본 적이 없는 데다, 한국어로만 적힌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그는 이를 촬영하고 승무원에게 항의했지만 오히려 사진을 지우라는 핀잔을 들었다. 자신이 SNS에 올린 사진이 언론에 보도된 뒤 KML의 해명이 나왔지만,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마련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한국어로만 고지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A씨는 12일 저녁 인스타그램에 KLM의 공식 입장을 공개하면서 “2차 감염 가능성이 높은 승무원들의 안전을 위해 전용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책으로 충분히 이해할수 있다”며 “다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왜 승객이 사용할 화장실을 승무원이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왜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마련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한국어로만 고지했느냐’다”고 지적했다.
KLM은 기장이나 사무장의 결정에 따라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운영할 때가 있다며 한국어로만 표기된 것은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이날 발표했다. KLM은 한국어로만 표기된 부분에 대해 내부 조사를 진행할 것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도 했다.
A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 SNS에서 논란되자 정부도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차별적 조치를 취한 KLM 항공에 엄중히 경고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아직까지 저는 KLM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 KLM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A씨는 전날인 11일 인스타그램에 “KLM항공사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인종차별을 겪어 해당 사실을 전한다”며 당시 상황을 소상히 알렸다. 그는 “만석에 가까운 비행기에서 본래 고객이 사용하던 화장실을 승무원 전용으로 변경한 이유가 무엇이며, 왜 영어는 없이 한국말로만 문구가 적혀있었을까(의문이다)”고 했다. 그는 비행기에 함께 있던 직장 동료에게 이런 사실을 보여주려고 사진으로 찍고 이에 대해 동료와 얘기하던 중 부사무장으로부터 비행기 내 사진을 찍는 행위를 허락되지 않으니, 당장 사진을 지우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당시 승무원은 A씨에게 “잠재 코로나 보균자 고객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결정된 사항”이라고 답했고, 뒤늦게 영어 문구를 적어 넣었다.
A씨는 자신이 타고 온 항공기의 50% 이상이 한국인 승객이었다며 “다수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잠재 보균자로 여겨진 것”이라고 분노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