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지청장 “법무부 답하라…‘검찰총장은 구체적 지휘권 없다’ 혹시 오보 아니냐”

입력 2020-02-12 18:12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성호 기자

현직 검찰 지청장이 “검찰총장의 지시는 일반적 지휘감독권이고, 구체적 지휘권은 검사장에게 있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법무부의 공식 입장이냐, 오보는 아니냐”며 명확한 입장 정리를 요구했다. 검찰청법대로라면 검찰총장에게 구체적 지시의 권한까지 분명히 있는데, 법무부의 말은 그와 달리 전해졌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의 권한을 해석한 추 장관의 발언에 대한 의구심은 검찰 안팎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김우석 정읍지청장은 12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모든 검사가 궁금해한다”며 법무부의 검찰총장 지휘감독권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 정리를 촉구했다. 그는 “지금까지 검사가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르는 것은 당연하고 적법하다고 생각해 왔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검찰총장이 특정 사건의 수사, 재판에 관하여 검사장 및 검사에 대한 지휘, 감독권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추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윤 총장에게 구체적인 지휘감독 권한까지는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이는 다수 언론에 기사화됐다.

김 지청장은 “구체적 사건 수사, 재판 과정에서 검사들의 의견이 상충될 때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면, 검찰총장을 철저하게 검증할 이유도 임기를 보장해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검찰청법 조문을 글에 제시하면서 “검찰총장이 총괄하고 지휘, 감독하는 검찰 사무에 구체적 사건에 관한 지휘, 감독이 배제된다는 규정은 없다”고도 했다. 그는 “구체적 사건에 관한 지휘, 감독권은 검찰 수장의 가장 핵심적인 권한”이라며 “만약 이를 배제하거나 제한하려고 한다면, 법률에 명시적인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현행 검찰청법에 따를 때, 검찰 사무를 총괄하고 지휘 감독하는 검찰총장의 권한에 구체적 사건에 관한 지휘, 감독권이 포함됨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김 지청장의 결론이었다. 검찰청법은 구체적 사건에 관한 검사의 이의제기를 검찰총장이 수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해당 검사의 직무를 검찰총장이 직접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가 처리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 지청장은 추 장관이 언급한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검토 방침과 관련해서도 해석을 제시했다. 김 지청장은 “적어도 현행 검찰청법에 따를 때 검찰총장의 지휘, 감독권은 검찰 내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경우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사팀과 기소팀의 판단이 상충된다면 검찰총장이 검찰청법에 따라 책임을 지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뤄진 청와대 및 여권 인사들의 기소 과정과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 회자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입시비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는 수사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 여부·시점을 놓고 충돌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 지검장이 기소 승인을 미루자 윤 총장이 간부회의와 차장검사 지시 등으로 직접 기소를 결정했는데, 일부 사례에 대해 추 장관은 ‘날치기 기소’라 비난했었다. 김 지청장의 글에는 “깊이 공감한다”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