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반 형사가 우한교민 버스를 몰았다…“교민 큰 절 못잊어요”

입력 2020-02-12 18:08
1~3차 우한 교민 이송에 지원한 최용훈 경장이 12일 새벽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전세기가 도착하기 전 활주로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본인 제공

“저보다는 아내가 대단한 사람이죠. 쉽게 응원하기 힘들었을텐데…·.”

서울 금천경찰서 강력4팀 최용훈(39·경장) 형사는 11일 늦은 밤 인터뷰 중에도 아내에게 고맙다고 했다. 12일 새벽 예정된 교민 이송 일정 탓에 마음이 복잡할 법도 했지만 그는 세 자녀를 몇주째 홀로 돌보고 있을 아내를 먼저 걱정했다. 최 형사는 지난 달 29일부터 12일까지 이어진 1~3차 중국 우한 교민 이송에서 모두 차량 운전에 지원한 경찰 5명 중 하나다.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귀국한 우한 교민 1·2차 이송에 경찰 36명과 차량을 지원한 데 이어 12일 3차 이송에도 21명을 지원했다. 버스를 운전한 경찰 52명 중에서 현직 형사는 그를 포함해 2명뿐이다. 경찰서 책상에 쌓여있을 사건파일이 걱정됐지만 최 형사는 3차 이송 지원자 명단에도 군말없이 이름을 올렸다. ‘최종 결재권자’인 아내, 그리고 강력팀 동료 형사들이 응원해주지 않았다면 나서지 못했을 길이었다.

서울 금천서 형사과 강력팀 최용훈 경장 본인 제공

차마 지원 소식을 전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는 인터뷰를 한 11일 밤까지도 모친과 장모에게 수송에 또 나섰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미 1~2차 이송에 지원했다가 두 어른에게 번갈아가며 호통을 들은 터였다.

최 형사가 대형면허를 따놓은 건 우연의 일치였다. 20대 시절 ‘바이크 마니아’였던 그는 사고를 당한 뒤 바이크 운전이 어려워지자 대형면허를 포함해 다른 각종 면허를 모았다. 경찰이 되려 결심한 것도 대형면허를 딴 지 2년 넘게 지나서였다. 최 형사는 “대형면허를 써서 언젠가 가족을 태우고 캠핑카를 몰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런 일에 면허가 쓰일 줄은 짐작도 못했다”고 말했다.

최 형사는 귀가하지 못하고 경찰 측이 제공한 임시숙소에 머물고 있다. 혹시나 세 자녀에게 전염 가능성이 있을까봐서다. 이틀 전에는 너무나 아내와 자녀들이 보고 싶어 집 근처에서 베란다에 비친 자녀들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왔다. 최 형사는 “다른 경찰도 지원하고 싶은 맘이야 많았겠지만 대부분은 가족들의 걱정으로 못했을 것”이라며 “믿고 응원해준 아내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앞선 수송에서 기억나는 일을 묻자 최 형사는 2차 수송때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왔던 한 여성을 떠올렸다. 그는 “경찰에서 나왔다면서 오시는 길 고생 많으셨다고 인사를 드리니 너무나 고맙다면서 큰절을 하려고 하시더라”면서 “경찰 생활을 하면서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