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다는 아내가 대단한 사람이죠. 쉽게 응원하기 힘들었을텐데…·.”
서울 금천경찰서 강력4팀 최용훈(39·경장) 형사는 11일 늦은 밤 인터뷰 중에도 아내에게 고맙다고 했다. 12일 새벽 예정된 교민 이송 일정 탓에 마음이 복잡할 법도 했지만 그는 세 자녀를 몇주째 홀로 돌보고 있을 아내를 먼저 걱정했다. 최 형사는 지난 달 29일부터 12일까지 이어진 1~3차 중국 우한 교민 이송에서 모두 차량 운전에 지원한 경찰 5명 중 하나다.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귀국한 우한 교민 1·2차 이송에 경찰 36명과 차량을 지원한 데 이어 12일 3차 이송에도 21명을 지원했다. 버스를 운전한 경찰 52명 중에서 현직 형사는 그를 포함해 2명뿐이다. 경찰서 책상에 쌓여있을 사건파일이 걱정됐지만 최 형사는 3차 이송 지원자 명단에도 군말없이 이름을 올렸다. ‘최종 결재권자’인 아내, 그리고 강력팀 동료 형사들이 응원해주지 않았다면 나서지 못했을 길이었다.
차마 지원 소식을 전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는 인터뷰를 한 11일 밤까지도 모친과 장모에게 수송에 또 나섰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미 1~2차 이송에 지원했다가 두 어른에게 번갈아가며 호통을 들은 터였다.
최 형사가 대형면허를 따놓은 건 우연의 일치였다. 20대 시절 ‘바이크 마니아’였던 그는 사고를 당한 뒤 바이크 운전이 어려워지자 대형면허를 포함해 다른 각종 면허를 모았다. 경찰이 되려 결심한 것도 대형면허를 딴 지 2년 넘게 지나서였다. 최 형사는 “대형면허를 써서 언젠가 가족을 태우고 캠핑카를 몰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런 일에 면허가 쓰일 줄은 짐작도 못했다”고 말했다.
최 형사는 귀가하지 못하고 경찰 측이 제공한 임시숙소에 머물고 있다. 혹시나 세 자녀에게 전염 가능성이 있을까봐서다. 이틀 전에는 너무나 아내와 자녀들이 보고 싶어 집 근처에서 베란다에 비친 자녀들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왔다. 최 형사는 “다른 경찰도 지원하고 싶은 맘이야 많았겠지만 대부분은 가족들의 걱정으로 못했을 것”이라며 “믿고 응원해준 아내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앞선 수송에서 기억나는 일을 묻자 최 형사는 2차 수송때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왔던 한 여성을 떠올렸다. 그는 “경찰에서 나왔다면서 오시는 길 고생 많으셨다고 인사를 드리니 너무나 고맙다면서 큰절을 하려고 하시더라”면서 “경찰 생활을 하면서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