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둔 옛 국민의당 계열 정당들(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의 합당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통합 협상에서 각 당 지도부가 퇴진하고 통합신당 지도부를 새로 꾸리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선 퇴진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들 3당은 오는 14일 전까지 합당해 원내 교섭단체(의원 20명 이상)를 구성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최대 86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는데, 협상 차질로 그럴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손 대표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3당 통합과 당대표 거취가 무슨 상관이냐”며 “3당 통합을 하더라도 후에 세대교체 통합을 이뤄낼 때까지는 내가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3당의 통합추진위원장인 바른미래당 박주선, 대안신당 유성엽, 평화당 박주현 의원은 늦어도 오는 17일까지 조건 없는 통합을 하기로 합의했다. 대안신당과 평화당 측은 3당의 현 지도부가 동시에 퇴진하고 각 당에서 젊은 인재를 1명씩 추천해 공동지도부를 구성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주선 의원이 손 대표를 만나 2선 퇴진을 요구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다만 박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늘 손 대표를 만나서 이달 말까지는 본인이 대표직에서 내려오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3당 통합이 끝내 무산된다면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관영·김성식·이찬열 의원의 탈당으로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바른미래당은 호남계 정당을 흡수 통합해 교섭단체 지위를 복원할 생각이었다. 14일 이전에 교섭단체 지위를 회복하면 더 많은 국고보조금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14일 이전 통합이 사실상 어려워져 소속 의원들을 당에 남아 있게 할 유인이 줄었다. 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며칠 기다려 보다가 손 대표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다들 탈당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호남계 의원들의 탈당 이후 바른미래당 탈당파와 대안신당, 평화당이 손을 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심우삼 박재현 기자 sam@kmib.co.kr